60년 인체 조각, 소조 작업 총망라…김종영미술관, 임송자 개인전
로마에서 서양 전통 조각 탐구, 소조에 집중…3월 23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그리스로마 문화는 서양문화의 근간이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며 예술에서 로마의 위상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0년생인 임송자 선생은 모두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으로 유학을 떠날 때 로마 유학을 택했다. 그의 나이 36세 때의 일이다.
임송자 선생이 로마를 택한 배경에는 아마도 서양 조각 전통을 온전히 체득하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현대미술이라지만 '미술은 과연 발전하는가'라는 질문의 근원에는 그리스로마 시기를 거쳐 르네상스까지 로마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일제강점기에서 서양미술을 수용한 역사를 떠올리면 임송자 선생의 로마 유학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개화기 이래 주체적으로 세계화에 임하지 못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며 생긴 '새것 콤플렉스', 그리고 '서두름'이 체화했다. 그 결과가 '과정보다 결과'다.
미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양미술을 수용하는데, 역사적 맥락을 살피기보다 동시대 양상에 집중하며 서둘러 발맞춰 나가고자 했다. 임송자 선생은 이런 세태와 거리를 두고 서양 조각 전통을 탐구하고자 했다.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3월 23일까지 열리는 임송자 개인전에서는 그가 로마 유학 시절 시작한 '현대인' 연작을 시작으로 '내가 만든 사람', '손'과 같은 연작과 최근의 성상 작품까지 예술세계를 총망라해 조망한다.
전시된 작품의 소재는 모두 사람이고, 두 점의 돌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흙과 밀랍으로 제작한 테라코타와 브론즈 작품이다. 특히 소조라는 점이 중요하다. 임송자 선생은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60년을 한결같이 인체 조각, 그중에서도 소조에 전념했다. 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는 돌이나 나무를 끌과 정으로 깎아 만드는 조각과 달리 온전히 손으로 재료를 느끼며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 마치 필압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육필 원고와 같은 셈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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