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 속 벌써 1위'…국내 서점가, '노벨상' 크러스너호르커이 '열풍'

'사탄탱고',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일간 베스트셀러 정상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 "작가의 예술적 응축성에 강렬한 인상 받아"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 ⓒ AFP=뉴스1 ⓒ News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Krasznahorkai László)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국내 서점가도 주문 광풍에 휩싸였다.

9일(이하 한국 시각)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그간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었던 동유럽 현대문학의 거장은 하루아침에 가장 뜨거운 작가로 등극했다. 그의 작품들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빠르게 점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현재,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온라인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의 다른 작품 '저항의 멜랑콜리'는 알라딘 2위, 교보문고 5위, 예스24 10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국내에는 총 6종의 저서가 출간되어 있으며, 평소 하루 한두 권 수준이던 판매량이 어제(9일) 오후 8시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부터 10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약 1800부로 급증했다"며 "가장 많이 판매된 도서는 대표작인 '사탄탱고(약 1300부)와 '저항의 멜랑콜리'(약 300부)"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에서 출간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6편.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세계는 계속된다', 아랫줄 왼쪽부터 '서왕모의 강림', '라스트 울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알마 제공)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은 통상적인 한국 문학 독자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문장이 수십 쪽을 이어가는 파격적인 형식과 종말론적 불안, 인간의 실존적 절망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는 그동안 두터운 마니아층만 형성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노벨상 발표 직후부터 주요 온라인 서점에는 그의 대표작을 찾는 독자들의 주문이 폭주했다. 주요 서점들은 노벨상 발표 몇 시간 만에 재고가 동나 출판사에 긴급 재주문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현재 재고 물량이 없어서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며 "출판사에서 추가 인쇄가 이뤄지고 '노벨상 효과'가 1달 이상은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로이=뉴스1 ⓒ News1 김정한 기자

이번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노벨상 수상으로 국내 출판계에서는 헝가리 현대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은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수년 전 크러스너호르커가 각본을 쓴 영화 '토리노의 말'과 '사탄탱고'를 보고 그가 지닌 예술적 응축성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주시하고 있던 작가다"라고 말했다.

그는 "크러스너호르커의 수상은 시대적 이념과 조류를 지향했던 노벨문학상이 이번에는 '예술 미학'과 '문예의 본질'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중부 유럽 특유의 서정성을 보편성 속에서 담아내는 헝가리 문학의 정통과 가치를 노벨상이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관장은 "그의 작품들은 양으로 (많이) 읽으려 하면 어렵다"며 "작품 속에 담긴 미학적 투시력, 숨겨진 철학에 대한 탐닉,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극치, 문명과 인간의 헛됨과 무기력함 등을 천천히 음미하면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시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