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40만주 소각 약속한 제일연마…자사주는 오히려 늘었다
[자사주 쌓아둔 中企]⑩제일연마, 자사주 소각과 취득 병행
최근 자사주 16만 6000주 취득…20만 주 소각 빛바래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를 10번째로 많이 보유한 기업은 철강 등의 연마작업에 필요한 연마지석읕 제조하는 제일연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회사 주식을 32.24%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도 51%가 넘어 총 발행주식수의 83%가 묶여있다.
제일연마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자사주 총 40만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이중 절반인 20만주를 소각했다. 다만 제일연마는 두 차례의 자사주 소각에도 불구하고 보유율은 되레 증가했다.
지금까지 소각한 자사주 20만 주와 비슷한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생긴 일이다.
회사는 자사주 취득의 이유를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라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처분이나 소각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11일 제일연마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7년까지 4년간 매년 10만 주씩 총 40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제일연마의 총발행주식 수 1000만 주를 고려하면 매년 발행주식 수의 1% 이상을 소각하는 규모다.
이와 같은 결정은 제일연마가 2023년 8월부터 자사주 약 31만 주를 취득한 직후 나온 결정이어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제일연마는 2024년 5월, 7억 원 규모의 자사주 10만 주를 소각하며 주주와의 첫 번째 약속을 지켰다.
이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319만 4000주에서 309만 4000주로 줄었고 자사주 보유율 역시 31.9%에서 31.25%로 감소했다.
자사주 소각 불과 5개월 뒤인 2024년 10월, 제일연마는 2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신탁 계약 체결 이후 틈틈이 자사주 추가 취득이 이뤄지면서 제일연마의 보유 자사주 수와 비율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일연마는 올해 5월 두 번째 자사주(10만 주) 소각을 완료했으나 결과적으로 올해 6월 말 기준 자사주 수는 311만 4738주, 자사주 보유율은 31.78%로 첫 번째 자사주 소각 완료 때(309만 4000주·31.25%)보다 더 증가했다.
해당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은 지난해 28일 종료됐다. 제일연마가 공시한 '신탁 계약 해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당초 목표로 한 20억 원보다 조금 못 미치는 14억 8500만 원을 투입해 16만 6000주를 취득했다.
이에 따른 최종 자사주 보유량은 316만 주, 자사주 보유율은 32.24%다. 해당 자사주 보유량과 보유율은 제일연마가 4개년 주식 소각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보다 각각 약 1만 7000주, 0.8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제일연마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취득한 16만 6000주의 활용 방안에 대해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상황이나 관련 법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기본적으로 주주 친화적인 기조는 지속해서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목표를 채우지 못한 신탁 계약에 대해 자사주 추가 취득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2027년까지 소각할 주식이 20만 주 더 남았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은 유효하다고도 했다.
제일연마는 최근 3년간 매년 시가배당율 3% 수준, 20억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대부분의 배당액은 오너일가에게 돌아가지만 15% 비중의 소액주주도 함께 배당을 받는다.
소각과 함께 배당 및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매입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서 환원에 친화적이다.
다만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는 회사가 밝힌 '경영사정' 등에 따라 시장에 매도물량으로 풀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가능성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자사주 보유비중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는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율이 50%를 넘어선 만큼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취득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만약 경영권 승계를 고려한다면 최대 주주의 아들 입장에서는 주가를 높이지 않는 게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취득은 소각이 전제돼야만 주주 지분율이 올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소각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제일연마의 주요 지분은 자사주와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에게 집중돼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제일연마의 자사주 보유율은 32.24%,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율은 51.97% 규모다.
최대 주주인 오유인 회장(대표)이 39.35%를 보유하고 있고, 형제인 오길봉 씨가 4.29%의 지분율을 기록 중이다. 오 회장의 두 자녀는 각각 7.86%와 0.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제일연마는 1995년 11월 설립 후 2005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주요 사업으로 철강, 자동차, 기계, 선박 등의 연마 작업에 사용하는 연마지석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8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7.1% 감소한 5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강 대표회계사는 제일연마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이 약 17%에 불과하고 차입성 부채가 사실상 없는 매우 건전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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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