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이재용의 진심…자사주 10조 매입 이어 주식보상

주가 상승률 연동해 임직원 자사주 지급…"추가 매입 가능성"
이재용, 중장기 성과 동기부여…주주가치 제고 효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주가치 제고'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PSU는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주주들과 신뢰 관계와 인재 우대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올해 1월 임원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개선하는 등 이어 주주가치 제고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주가 오를수록 임직원 주식 보상 증가…적극적 동기부여

14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PSU 제도는 회사가 미리 정한 주가 상승률 등 장기적인 성과 목표를 달성했을 때,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자사주)을 지급하는 보상 제도다. 기본적으로 임직원이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 성과 창출에 대한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지만, 궁극적으로 주가 부양 등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PSU 제도에 따라 CL(Career Level) 1~2(사원) 직원에게는 200주, CL 3~4(간부) 직원에게는 300주씩을 지급하기로 이달 중 약정하고,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간 균등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주가 상승 폭에 따른 지급 배수는 오는 15일 기준주가와 2028년 10월13일 기준주가를 비교해 상승률이 △20% 미만 시 0배 △20~40% 미만 시 0.5배 △40~60% 미만시 1배 △60~ 80% 미만 시 1.3배 △80~100% 미만 시 1.7배 △100% 이상 시 2배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9만 1600원으로 마감돼 PSU 기준주가는 약 8만 5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5일 기준으로는 주가가 이미 10% 가까이 올라 있는 셈이어서, 향후 3년 동안 10% 정도만 추가로 더 오르면 주식 지급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3년 뒤 2028년 10월 13일 주가가 2배로 뛴다고 가정하면 주당 약 17만원이 되고, 사원은 400주, 간부는 600주를 받게 된다. 간부는 1억 원가량을 보상받게 되는 셈이다.

반기 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정규직)은 12만 8925명으로, 사원(400주)과 간부(600주)의 중간값인 1인당 500주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지급할 자사주는 6446만2500주다.

지난 2일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보통주)는 9183만 3777주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매입한 자사주 총 10조 원 규모 가운데 임직원 보상용으로 설정한 1조 6000억 원을 제외한 자사주는 전략 소각할 예정이다.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도 PSU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급할 주식이 부족할 경우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방침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상승하는 등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0조 자사주 매입 완료·성과급 일부 주식으로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에는 1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한다고 발표했고, 이달 초 해당 계획을 조기 완료했다. 삼성전자가 이를 발표할 당시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5만 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또 올해 1월에는 임원 대상 OPI 지급 방식을 주가와 연동되도록 개선했다. OPI는 연간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데,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의무적으로 성과급 중 일부를 자사주로 받도록 했다. 자사주 선택 비중은 △상무 50% 이상 △부사장 70% 이상 △사장 80% 이상 △등기임원 100% 등이다.

특히 자사주 지급 수량을 주가와 연동해 주가가 약정 체결 당시와 같거나 오르면 약정 수량대로 자사주를 받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수량이 줄도록 했다.

이 역시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성과 연계를 강화해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중장기 성과 창출에 대한 긍정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업 문화와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부터는 직원들도 OPI 중 일부를 주식으로 선택해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향후 임직원들은 자율적으로 OPI 지급액의 0~50% 범위에서 10% 단위로 주식 보상률을 선택할 수 있다. OPI 중 일부를 주식 보상으로 선택한 직원은 1년간 보유하는 조건으로 주식 보상금액의 15%를 주식으로 추가 지급받게 된다.

이재용 "주인의식·사명감 가져야"…중장기 성과 독려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주가와 성과보상 연계 정책에는 주주와의 신뢰 강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라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유례없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미래 중장기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임직원 동기부여가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만으로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을 지급하기 어려울 경우 추가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