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체질개선 속도…TV 힘 빼고 '신사업'으로 무게 중심 이동
2년만에 전사 차원 희망퇴직 단행…인력 효율화 작업 추진
단순 제조업 벗어난 플랫폼·설루션 기업으로 질적 성장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LG전자(066570)가 최근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을 비롯해 전장 등 신사업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그간 핵심 사업이었던 TV를 비롯한 생활가전 분야에서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수익성이 악화하자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LG전자의 체질 개선 성공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인력 효율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LG전자가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HS), TV(MS), 전장(VS), 냉난방공조(ES) 등 사업본부에서 본인이 원하는 경우를 전제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LG전자가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핵심 사업부인 TV를 비롯해 생활가전 부문을 둘러싼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LG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조 7352억 원, 영업이익 6394억 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46.6% 급감했다. 특히 TV 사업 부진이 뼈아프다. TV와 모니터 등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영업손실이 1917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가전은 LG'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어준 생활가전 부문 역시 미래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올 2분기 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4399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만 보더라도 중국 기업이 강세인데 이 기업들은 단일 품목에만 힘을 주고 있지 않느냐"며 "모든 가전제품을 다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는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고 결국 힘든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운호·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조 9145억 원으로 추정한다"며 "이전 전망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들은 "하반기는 실적보다는 체질 개선"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체질 개선 차원에서 핵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무게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TV 사업과 생활가전에서 어려움을 겪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신사업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이 마무리되면 인력 효율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신사업 분야 인력을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플랫폼·설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5'가 열린 독일 메세 베를린 내 LG전자 부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TV 사업은 어렵다"며 "전장(VS사업)과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를 기업 간 거래(B2B)의 쌍두마차로 LG전자의 질적 성장을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힘을 쏟고 있는 전장과 HVAC는 실적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 2분기 매출액 2조 8494억 원, 영업이익 126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 52.4%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다.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 사업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2조 6442억 원, 영업이익 2505억 원으로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내 열 관리에 필요한 HVAC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는데 LG전자 주요 기업들과 잇달아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 3분기 LG전자의 전장과 냉난방공조 사업 부문의 성적표 역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인 누리호 4·5차 발사에 탑재될 통신모듈용 안테나는 LG전자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우주항공 사업 계획에 대해 "텔레매틱스 분야는 세계 1위이며, 보유하고 있는 통신 관련 표준특허도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며 "LG전자가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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