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산업 재편 돌입…수평·수직 구조조정 탄력 '빅딜 나온다'

정부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 제출"…구조조정 속도 '전망'
정유사와 수직 통합 추진 가능성 높아…석화 기업간 '빅딜' 가능성

여수산단 전경.(여수시 제공)/뉴스1 ⓒ News1 지정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정부가 석유화학 기업 지원 전제 조건으로 구조조정과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여수·대산·울산 등 주요 산업단지별로 물밑에서 추진 중인 기업 간 통합이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의 수직적 통합부터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석화 기업 간의 빅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 제출…통합 논의 탄력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개최했다. 협약식에는 10개의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했다.

정부는 협약식에 앞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구조 개편 3대 방향으로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를 제시했다.

정부 지원 3대 원칙으로는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 대상 구조 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각 사별로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석화 기업들은 정부의 대책 발표에 따라 NCC 설비 감축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 방안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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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체 NCC 생산능력 1475만톤…18~25% 감축 목표

이번 대책의 최우선 과제는 NCC 설비 감축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NCC 생산 능력은 1475만 톤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1295만톤이지만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생산 능력인 180만 톤을 합한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규모인 270만~370만 톤 규모는 전체 생산 능력의 18~25%에 해당한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이 330만 톤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롯데케미칼(233만 톤), 여천NCC(228만 5000톤), 한화토탈에너지스(152만 5000톤), 대한유화(90만 톤), GS칼텍스(90만 톤), HD현대케미칼(85만 톤), SK지오센트릭(66만 톤), 에쓰오일(20만 톤) 순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200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감축 규모는 사업재편을 통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며 "정부가 연말이라는 시한을 정했으니 그간 진행됐던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정유·석유화학 업체 간 설비 통합(수직 통합)을 가장 현실적인 구조 개편 방안으로 보고 있다.

수직 통합의 경우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의 설비를 통합하는 형태다. 정유사가 석유화학사의 NCC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이기에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충남 대산 석화단지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NCC 통합을 추진 중이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석화단지에는 GS칼텍스와 석화업체인 LG화학, 롯데케미칼이 있는데 대산 석화단지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논의 외에도 주요 산단별로 물밑에서 통합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며 "기업 간 이해관계로 진척이 없었지만 정부 대책 발표 때문에 논의에 탄력이 생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업 간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며 "통합 논의에 못 들어갈 경우에도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기에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 석화단지에서의 산업 재편 여부도 관심사다. 이 지역에선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 준비가 한창이다. 이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에틸렌(180만 톤), 프로필렌(77만 톤), 뷰타다이엔(20만 톤), 벤젠(28만 톤)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업계에선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안 논의"…정부 지원 절실 목소리도

수평 통합도 가능성이 있다. 복수의 기업이 생산 설비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일본식 유한책임사업조합(LPP) 방식인데 복수의 기업이 공동 출자해 핵심 설비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다. 또한 기업 간 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M&A하는 방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선 설비 감축과 함께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해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업계에서 제출하는 사업재편 계획에 대한 타당성과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필요한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 지원패키지를 마련해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질 개선을 위한 기업들의 진통이 불가피한데 정부에서도 석화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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