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경기침체에 탄핵까지…재계 "내년 경영계획 엄두 안나"
삼성전자·LG그룹·현대차 등 주요 그룹 내년 전략회의 임박
'엎친 데 덮친' 경영 환경 대응 논의…"탄핵 변수 해법 고민"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재계가 '엎친 데 덮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경기 침체와 트럼프 재집권에 이어 돌발 변수인 탄핵 정국까지 겹쳐 삼각파도를 만났다. 주요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도 묘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 해법 찾기에 나선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주(12월 셋째 주)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내년 경영 전략의 새 판을 짜는 자리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의견을 나누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열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전자 투톱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설루션(DS·반도체)부문장이 주재한다. 내년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인 만큼 DX부문은 새해 첫 행사인 갤럭시 새 시리즈 언팩을 비롯한 전 세계 가전·스마트폰 대응 전략을, DS부문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반도체 시장 영향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경쟁력 확보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 정례 회의이지만 이번엔 처한 환경이 다르다. 내부적으로는 3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위기론에 휩싸인 상황이다. 올해 세계 메모리 왕좌 자리가 흔들렸고 재도약을 위한 삼성 HBM의 반등도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가장 우려하던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진격에 돌발 상황인 탄핵 정국까지 겹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만, 돌발 변수가 더해졌다"며 "이번 전략회의에서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국내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그룹도 이르면 다음 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협의회를 연다. LG는 분기별로 사장단과 본부장급이 모여 논의한다.
지난달 임원 인사 후 첫 회의다. 내년 사업 계획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지만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등 국내 정치적 혼란에 따른 시장 전망과 해외 거래선 관리 방안 등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달 중순쯤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연다. 현대차도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 유럽 등 해외 권역본부장들과 정례적 논의 자리를 갖는다.
정의선 회장 주재로 현대차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 기아 송호성 대표이사 사장 등이 모두 참석한다. 수뇌부들이 모이는 만큼 삼중고에 빠진 경영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SK 등 다른 주요 그룹들은 수시 전략 회의를 진행한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큰 만큼 빠른 의사 결정과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취지다.
재계는 그동안 저성장과 경기침체, 트럼프 스톰을 최대 경영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지만, 최근 들어 심상찮은 계엄사태·탄핵정국 후폭풍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대외 또는 회사 자체 영향이 아닌 국가적 혼란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기업에 큰 타격을 줘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현안이 경제 리스크로 확전하는 걸 바라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후폭풍이 빠른 상황"이라며 "이번 파장이 조기 수습돼도 신인도 하락에 따라 기업에 영향이 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촘촘한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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