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규제법안, 입법 만능주의의 산물"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입법 현안 정책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간 신규 순환 출자를 금지하려는 경제민주화관련 입법안은 시장 효율성을 외면한 탁상공론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는 대기업 계열사간 순환적으로 자본 등을 출연해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선 A와 B 두 계열사간 출자, 즉 상호출자는 금지하고 있지만 3개 이상 법인간 순환출자에 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법률로 국민(또는 법인)의 재산권 행사를 통제하려면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되는 "순환출자 금지 법안의 경우 현재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음에도 해당 법을 집행했을 때 얻게 될, 또는 적용하지 않았을 때 침해될 공·사적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법익(法益)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 또는 가치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전 교수는 "민주당은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 법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소수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법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자는 실상 순환출자 해소와 연관성이 적으며, 후자의 경우도 총수 아닌 다른 주주가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것이 국가 경쟁력이나 다른 주주들에게 크게 도움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상 규제로도 해결할 수 있는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별도법을 제정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건 국회가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상법 개정 당시 손자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상호출자 금지와 순환 출자금지 규정 등을 이미 신설한 바 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에도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통해 기업 간 순환 출자를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전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회가 입법화하려는 해당 법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헌법조항을 고려했을 때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경영활동과 재산권 행사 등을 제한해 초래될 결과가 △과잉금지 원칙과 △입법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비례성 등 헌법 가치와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며 "이미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를 명백하게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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