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6월 국회가 두렵다'…규제法 봇물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통과시 영업활동 제한·이중규제 우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기업들이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다수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6월 국회에서 논의될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프랜차이즈법) 개정안을 비롯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공정거래법 개정안),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FIU법) 개정안 등이다. 국회는 지난 4월 이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재계는 과도한 규제에 따른 영업활동 위축, 중복 규제, 위헌 소지 등을 논리로 해당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기업들에게 유리하지 않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시 입게 될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활동 위축시켜 불황 장기화

우선 현재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이자 화두가 '경제민주화'다. 때문에 세부 사항에 대한 여야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시발점으로 이른바 '갑의 횡포'를 우리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기업을 향한 규제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업들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반대한다는 것은 자칫 '기업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대놓고 반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될 경우, 이는 기업들의 영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중규제와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공정거래법 개정안)와 관련해 세미나를 열고 법안에 위헌 요소가 있음을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는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인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 그리고 특수관계법인간 정상거래 비율이 3%가 넘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세미나 기조 발제자로 나선 정재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세후 영업이익을 기초로 증여세 부과 기준을 정하는 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또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매긴 후 그가 배당을 받았을 때 다시 또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건, 실질적으로 이중과세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금산 분리 강화 법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필요한 '안전장치'라 해도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사안별 재검토나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특정그룹만을 겨냥해 비용을 지출하게 하거나 소유관계를 억제하는 건 글로벌 추세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산 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경제 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더욱 거세졌다"며 "산업자본과 상호저축은행간 방화벽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 건전성을 강화해야지, 금융과 산업간 소유관계를 원천부터 차단하자는 건 문제있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성과주의식 법안발의...합리성은 뒷전

프랜차이즈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식음료업계 역시 "과도한 규제는 영업활동을 막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식음료 업체 관계자는 "식음료시장의 영업이익률은 3%에 그칠 정도로 낮다"며 "영업이익률이 낮은데 여러가지 법으로 기업을 옥죄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고 결국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식음료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로 이미 기업은 '을'이 됐고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 등 각종 기관에서 행하는 권한들로 충분히 제재를 받고 있다"며 "여기에 법으로 더 심한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영업활동 자체를 막는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국내의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로 진출하려고 해도 녹록치 않다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성공한 식품을 해외에 들고 나가더라도 100%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현지인 입맛에 맞춰 음식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자금이 많이 투입되는 부분이어서 중소식품업계에선 엄두를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프랜차이즈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프랜차이즈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가맹본부가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대형가맹본부의 경우 예상매출액과 산출근거를 서면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시 벌금을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프랜차이즈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특정 점포의 매출을 정확히 예측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가맹점주들의 단체설립·협의권 부여에 대한 조항에 대해서도 새롭게 시작하려는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가맹점주들의 힘에 밀려 사업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교섭권, 협상권을 통해 가맹사업 본사 대표자와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조직과 체계가 잘 갖춰진 가맹본부의 경우 대응 인력이 갖춰져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가맹점주들의 압력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여러가지 사업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만들어지고 나면 고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도 여론에 밀려 너무 많은 법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성과주의식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법이 시행되면 각종 분쟁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jinebit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