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지원하는 '4중 그물망'
[뉴스1 창사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공기업이 관련업종 창업투자
이스라엘은 잘 알려진대로 '스타트업 천국'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 취업준비에 몰두하지만, 이스라엘의 대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 사업을 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기업, 대학, 업계도 모두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기업에 대해 촘촘한 그물망 지원을 펼친다. 우리나라도 각 파트마다 이와 비슷한 창업지원 체계가 있지만, 이스라엘에 비하면 본격적이지 못하고 실질적인 도움에도 못 미친다.
◇정부 조직이 창업기업 글로벌화까지 직접 챙겨 우선 이스라엘 정부가 창업기업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일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이스라엘뉴테크의 오데드 디스텔 인베스트먼트프로모션센터 국장을 만났다.
이스라엘뉴테크는 정부 소속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기후변화 등 글로벌 어젠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스라엘의 특성상 해수담수화 사업 등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고 물관련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조직이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생소한 조직이지만, 물관련 비즈니스와 관련돼 이스라엘 부처간 융합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컨트롤타워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디스텔 국장은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물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가령 이스라엘 기업들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면, 이를 도와줄 사람, 즉 변호사도 구해주고 광고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의 코트라와 비슷한 기능이다.
이스라엘뉴테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창업 기업들이 새로운 정글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브랜드마케팅에도 간여한다. 엔젤투자자도 연결시켜주고, 창업기업이 첫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해당 기업을 적극 추천하는 역할도 한다. 창업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글로벌 마케팅까지 이스라엘뉴테크가 엄마 역할을 자임하며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이스라엘뉴테크는 창업기업을 직접 방문해 실사와 평가과정을 거치는 내부 절차도 진행한다.
디스텔 국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이름으로 창업 기업을 선별해 직접 한번 이 기업을 써봐라, 믿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단순 마케팅보다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한번 벤치마킹해 볼만한 대목이다.
◇공기업이 해당 업종 창업기업 선별투자
이스라엘은 또 공기업이 해당 업종과 관련된 소기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전력이 전기와 관련된 벤처 창업에 투자를 하는 식이다. 공기업이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을 적절히 선별할 수 있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이스라엘에서 물과 에너지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공기업인 '메코롯'의 한 부문인 와테크의 경우 물관련 스타트업 기업 20여곳에 투자를 했다. 와테크는 스타트업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만든 상품을 와테크의 이름으로 글로벌에 수출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스타트업 기업에 돌려주는 형식이다. 벤처 기업들이 창업 초기에 글로벌 시장으로 직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공기업의 지원전략인 것이다.
메코롯은 이스라엘의 히브리대, 하이파공대, 벤구리온대학 등과도 연계해 대학내 창업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메코롯 와테크 요시 야코비 디렉터는 "두산중공업 등 한국에서 물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과도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업종 협회가 소기업 진입장벽 낮춰져
이스라엘의 창업지원 체계는 같은 업종에서도 돈독했다. 가령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전자업계가 모여 만든 업계의 협회가 소규모 전기전자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대기업들이 1, 2차 협력업체들을 각각 지원하고 있지만, 협회 단위에서 통합지원하는 이스라엘의 시스템은 우리와 개념이 좀 다르다.
'더이스라엘 스마트에너지어소시에이션'이 대표적이다. 스마트그리드, 전기통신망, 전기생산품 현대화 등과 관련된 기업들의 모임이다. IBM 등 다국적 기업을 비롯해 큰 회사와 작은 회사들이 모두 모여있다.
우리의 협회가 회원사들간의 친목도모와 주로 '대관업무'에 치중된 반면, 이스라엘의 협회는 해당 업종의 '창업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밑바탕이 된다. 작은 회사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협회 내에서 큰 회사들이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특정 업종의 시장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큰 회사들이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이들 창업 기업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뜻 담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지만, 실제 이스라엘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협회들이 이런 식으로 창업 기업을 지원한다. 물론 중동의 적성국가들에 둘러싸여 고립된 이스라엘의 특수한 처지가 반영된 케이스이긴 하다.
◇이스라엘 '대학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의 자양분 역할
이스라엘 대학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대학내 창업지원 기구가 상당히 활성화돼 있고 기업과 깊숙이 연계돼 있다. 대학내 창업기업이 해당 업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벤처기업이 유명한 히브리대의 경우 기업과 대학내 바이오기업들을 연결시켜주는 '이숨'이라는 전문 관리자가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히브리대 소속 바이오기업 80개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이스라엘내에서만 700개나 달한다. 이로 인해 1년에 히브리대가 거둬들이는 특허수입만 수조원에 이른다.
이 80개 기업은 700개 업체에 아이디어나 기술 등을 판매하며 특허 수입 등을 챙긴다. 이들의 중간매개체인 '이숨'은 대학과 기업을 오가며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산파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의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구조를 통해 대학내 바이오기업들로부터 끊임없이 '혁신'을 수혈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샤이 야페 히브리대 경영대학장은 "학교에 소속된 기업들이 학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잘 마련돼 있는 게 히브리대의 특징"이라며 "이들 학교 기업이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학교 기업에 재투자돼 글로벌 어느 바이오 기업 못지 않은 충분한 연구개발 여건이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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