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씻을 수 없는 죄"…韓 첫 용광로 48년 만에 역사속으로

대일청구권 자금 투입…1973년 첫 쇳물 생산 후 누적 5500만톤
철강역사박물관 활용 검토…안전점검 거쳐 최종 확정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 첫 출선 모습(왼쪽 사진)과 박태준 당시 사장 및 임직원이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포스코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선조들의 피값으로 짓는 제철소인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죽어 속죄해야 한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 아래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용광로가 첫 쇳물을 생산한 지 48년 만에 역사로 남게 된다.

26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포항 제1고로' 종풍 기념행사를 연다. 종풍이란 풍구를 통해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쇳물 생산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한국 산업 발전의 젖줄 역할을 한 한국 최초의 용광로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대규모 행사도 검토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내부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소와 1고로 건설에는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 8000억원 중 1200억원이 투입됐다. 박 명예회장이 '선조들의 피값'을 언급하며 결연한 각오를 다진 것도 이때문이다. 1200억원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인 430억원의 3배에 달한다.

제1고로는 1970년 4월 착공된 지 3년여 만인 1973년 6월9일 첫 쇳물을 생산했다. 쇳물이 쏟아지던 순간 박 명예회장과 건설요원들은 모두 감격의 '만세'를 외쳤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날을 '철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후 1고로는 1979년 1차 개수, 1993년 2차 개수를 거치면서 50년 가까이 불을 뿜었다. 연 1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가진 1고로는 지난해 10월까지 총 5498만톤의 쇳물을 생산했다.

통상 고로는 가동 후 15~20년 사용할 수 있는데, 1고로는 2차 개수 이후 30년 가까이 가동되면서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포스코는 수년 전에도 1고로 종풍을 검토했지만 예상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수명을 연장해왔다. 이로써 '세계 최장 조업'이란 기록을 가진 고로가 되기도 했다.

1고로가 종풍을 하더라도 포스코의 철강생산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포스코의 글로벌 조강생산 능력은 현재 연 4600만톤 수준으로 2030년까지 6000만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고로를 종풍 후 철강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해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고로 내 잔열이 식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50년 가까이 된 노후 시설인 만큼 안전점검을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