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美 상호관세가 던진 숙제…K-푸드, 체질 바꿔야 산다
美 관세, 일회성 아닌 신호탄…유사한 통상 압박 반복 될수도
보호무역 장기화 흐름…수출 의존도 높은 K-푸드 체질 개선 시급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미국이 오늘부터 한국산 수입품 대부분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K-푸드 업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초 예고된 25%보다는 낮아졌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통상 압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단순한 일회성 조치로 보지 않는다.
이번 상호관세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K-푸드 기업은 최근 '불닭볶음면'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삼양식품이다.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북미 수출 비중도 상당하다. 그러나 생산은 전량 국내 밀양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어 관세를 회피할 현실적인 선택지가 없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은 미국 현지에 이미 생산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CJ는 LA에서 '비비고 만두'를, 농심은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신라면'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같은 K-푸드이지만, 전략적 대비 여부에 따라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삼양식품처럼 수출 확장을 본격화한 기업일수록 지금이 체질 개선의 결정적 시점이다. 주요 수출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거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공급망을 지역별로 다변화해 특정 국가의 규제나 물류 차질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조 전환도 요구된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유발한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나타난 외부 변수에 가깝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유사한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를 단기적 이슈로 넘기지 말고 전략과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관세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들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워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수출에 민감한 구조를 지닌 한국 식품 기업일수록 이 흐름에 맞는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단단하게 체질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흔들리지 않는 수출 구조를 갖추는 것이 K-푸드가 다음 무대에서도 살아남는 길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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