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협의회 등장? 점점 꼬이는 남양유업 사태

피해자協 "본사는 어용협의회 만들어놓고 이들과 협상추진"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출범식 및 10대 요구안 발표회에서 대리점, 가맹점, 전통시장 대표들이 고통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회장, 방경수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장, 방기홍 전국문구ㆍ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장, 박종석 공덕시장 상인회장.2013.5.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이하 피해자협의회)가 23일 녹취록을 공개하고 지난 22일 발족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어용협의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피해자협의회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협의회) 어용 회장과 총무 만들어서 내세우고 있다. (남양유업) 본사는 뒤에서 지시하고 회장과 총무가 전화하고 만나자. 그러면서 자꾸 와해시킬려고 한다"며 "협의회 차원의 상생협의문 도장 찍었을때 본사 직원들도 다 있었다. 안온 (대리점)사람들에게 전화해서 도장찍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22일 발족한 협의회는 현직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기보다 몇몇 대리점주들이 앞장서서 회사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녹취록에는 또 "(상생협의문에) 안찍을 수밖에 없도록 몰고가서 도장을 찍은 대리점주 중에서도 나중에 '피해자협의회'로 갈 사람들이 있다"며 "어쩔수없이 (지금) 대리점을 하고 있으니깐 (협의회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증언도 담겼다.

피해자협의회가 공개한 또 다른 녹취록에는 "나주공장 회의실로 (남양유업) 지점장까지도 다 나왔다. 지점장이 하는 말이 '피해자협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 대신에 (협의회) 이것을 해서 우리끼리 앞으로 잘해보자.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발언이 담겨있다.

본사가 나서서 또다른 협의회를 구성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승훈 피해자협의회 사무총무는 "본사에 가장 우호적인 대리점주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너희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라'며 일부 대리점주들을 획책했고 이에 응한 이들이 회장과 총무를 맡으면서 대리점주들에게 도장을 받고 다닌다"며 "결국 본사는 이들과 협상하며 얼렁뚱땅 사건을 덮고 넘어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피해자협의회는 본사가 1차 교섭에 나설 당시부터 이미 뒤에서 또다른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정 총무는 "지난 1차 교섭에서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20분만에 협상장을 나갔고 이후 남은 임원들은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자리를 떴다"며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이미 그때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어용협의회 의혹을 받고 있는 협의회는 이번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불매운동으로 피해가 너무 커 '살기위해 뭉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안희대 협의회장은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많게는 50%씩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야 대리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피해자협의회는 남양유업을 죽여서라도 문제를 바로잡고 보상을 받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벌이겠지만 우리는 일단 남양유업을 살려놓고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기존 피해자협의회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안 회장은 "아직 피해자협의회와 한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현직대리점주 전원이 협의회에 가입하고 나면 피해자협의회와 자리를 마련해 만나지 않겠냐"며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바라는 입장을 똑같지만 이를 여론화해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용단체라는 지적에 대해 안 회장은 "매출의 10% 이익을 가지고 먹고 사는 대리점주들이 불매운동으로 20~30% 매출이 줄어들면서 하루하루 빚이 늘어가고 잇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협의회만 바라보고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죽은 다음에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빠른 시일내에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현직 대리점주들이 중심이 된 협의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협의회에는 100여명의 전현직 대리점주들이 가입돼 있으며 현직은 20명에 불과하다. 협의회에는 1000여명의 현직 대리점주가 가입해 있어 파워게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본사가 현직 대리점주들과 협상하겠다며 기존 피해자협의회를 무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협의회가 120일이 넘는 투쟁을 통해 남양유업 사태를 여론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협상의 키는 뒤에서 지켜보던 현직 대리점주들이 쥐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l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