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현대차 노조…황당 요구 어디까지

현대차 "공장 신설·채용도 허락 받아야"…노조 "경영권 침범 아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2013.3.4/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임단협)을 통해 사측의 경영권까지 위협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글로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채용규모와 해외공장 증설까지 협의 후 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측은 이번 요구안이 전년과 크게 다를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안의 경우 사측에서 몇 년 전 먼저 제시했던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 △기본급 13만498만원(호봉승급분 제외) △상여급 80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등 53개의 임단협 개정·신설안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에 전달했다. 또한 △정년 61세로 연장 △글로벌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노조 활동과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 면책 △해외공장 신·증설 및 채용규모 결정에 노조 관여 등의 13개 별도 요구안도 마련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요구안은 크게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특히 임금인상의 경우 글로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은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조5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조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현대차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소식지(자료제공=현대차 노조)© News1

노조 관계자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은 지난 1999년 임단협에서 사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당시 회사가 설비투자, 주주, 종업원 들에게 순이익을 4:3:3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지난 임단협에서도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냈지만 결국 20%선에서 교섭을 마쳤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에서는 성과급 규모를 당기순이익의 30% 선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올 연말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들은 또한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을 1회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대학 학자금이 1000만~2000만원에 달하고 매년 지급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측에 이익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원들이 '실질 임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작된 학자금 지원을 대학도 가지 않는 자녀들에게도 적용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대차가 노조원 자녀들의 성적까지 신경쓰게 생겼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차 측은 '해외공장 신·증설 및 채용규모를 결정할 때 노사공동위의 의결에 따라야 한다'는 안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물량 수급 안정화, 환 리스크 감소 등을 위해 해외 공장 증설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과거 조합원의 고용을 위협할 때만 노사공동위의 의결을 받도록 한것과 비교하면 이번 요구안은 노조가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간섭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1공장 생산라인 뉴스1 © News1 변의현 기자

실제 현대차 울산공장의 HPV(차량 1대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는 30.7시간으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14.6시간), 베이징현대 공장(19.5시간) 등 해외공장보다 훨씬 떨어진다. 또한 현대차는 노조가 11주 연속 주말특근을 거부하면서 1조6000억원(약 7만9000대) 규모의 생산차질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경영권 참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무분별한 해외공장 확대로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측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노조원들의 사기 차원과 고용 안정화를 위한 것이지 경영권 침해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또한 채용규모 간섭에 대해서도 "(사측이) 채용규모를 결정하기 전에 노조 측에 미리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각 공장에 필요한 인원 규모가 있기에 미리 알려주면 사측의 채용 규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협력사 노조들은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부러움'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현대차의 한 협력사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을 만든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라며 "다만 임금 인상을 위해 사측을 지나치게 쥐어짜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협력사 노조 관계자는 "평균 연봉이 9400만원이나 되는데는 노조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평균 연봉 4000만원도 안되는 우리로서는 딴 세상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