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금융인' 1000억대 주가조작 적발…李정부 "패가망신" 1호 사건

재력가 자금 모아 금융전문가 시세조작 '개미 유인'…230억 차익
압수수색 실시·지급정지 최초 시행…李정부 합동대응단, 첫 성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주가조작근철 합동대응단을 방문하고 있다. 2025.9.8/뉴스1 ⓒ News1 청사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슈퍼리치들과 금융 전문가들이 손잡고 저지른 1000억 원대 주가 조작을 적발했다. 합동대응단은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혐의자 재산을 동결했다.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단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혐의자 자택·사무실 등 10여개 장소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주가조작에 이용된 수십 개 계좌에 대해 최근 도입된 자본시장법을 적용, '지급정지' 조치를 최초로 시행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제공

합동대응단 조사에 따르면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 학원 등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재력가들은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 금융 전문가들과 공모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왔다. 이들이 현재까지 취득한 시세차익만 230억 원에 이르며 현재 보유 중인 주식도 1000억 원 상당에 이른다.

혐의자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자금,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1000억 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해 시장을 장악했다. 매수 주문량은 시장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그 이후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종가 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특히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만 회에 이르는 가장·통정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또 혐의 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1년 9개월간 거의 매일 주가 조작을 실행, 유통 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이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의 불공정거래 감시·조사 전문인력들이 긴밀히 소통·협업해 집중 조사한 결과다. 금감원이 시장감시 과정에서 최초로 포착해 초동 조사를 진행했고, 신속한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제기돼 합동대응단에 이첩됐다.

합동대응단은 관련자 접촉을 일체 배제하며 자료 분석과 공모관계를 추적했고, 금융위의 강제조사권을 활용해 혐의자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날 집행했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증선위는 지난 4월 도입된 자본시장법상 지급정지 조치를 최초로 시행했다.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도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며 긴밀히 협력했다.

이승우 단장은 "명망 있는 사업가와 의료인, 금융 전문가 등 소위 '엘리트 그룹'이 공모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를 합동대응단의 공조로 진행 단계에서 중단시킴으로써 범죄수익과 피해 규모가 더 확산하기 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확보한 증거를 기반으로 신속히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주가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