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판도' 지각변동… 5대銀, 기업대출 4조 '쑥', 가계는 1조에 그쳤다

李 정부 '생산적 금융' 본격화…가계는 잠그고 기업에 푼다
'가계vs기업 5:5' 균형 깨는 은행권…연체율 관리는 '경고음'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지난달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이 4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 6조 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의 상승세다. 반면 가계대출은 8월 3조 9000억 원대 증가에서 지난달에는 1조 원대에 그치며 확연히 둔화했다.

금융권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가 시작됐다고 본다. 일부 은행은 기업·가계 대출 비중을 기존 5 대 5에서 6 대 4로 확대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대출은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은행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대출 4조 '쑥', 가계는 1조에 그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기업 대출 잔액은 841조 1471억 원으로, 직전 달(836조 8801억 원)보다 4조 2669억 원 늘었다. 직전 달 6조 2648억 원 증가보다는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빠른 증가세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대출이 늘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한 달 새 2조 1415억 원 증가한 170조 594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2조 1245억 원 늘어난 671조 877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764조 949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 196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6조 7536억 원이 늘어난 뒤 4조 원대, 3조 원대 증가를 거쳐 지난달에는 1조 원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동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잔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李 정부 '생산적 금융' 본격화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 본격화됐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지적하며, 기업 대출을 확대해 자금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기조는 6·27 대책을 계기로 더욱 뚜렷해졌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해 가계 대출의 숨통을 조이자, 은행들은 성장 동력을 기업 금융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 은행은 아예 기업 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80조 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해 전체 대출에서 기업 대출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이 갈수록 제한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실적을 내야 한다"며 "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고서는 성장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연체율 관리는 '경고음'

물론 생산적 금융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계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안전한 대출'로 분류되지만, 기업 대출은 위험 부담이 높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 악화 시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돼 은행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권 원화 대출 연체율은 0.57%로, 2016년 0.78%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을 감안하면 기업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며 "각 은행이 TF팀을 꾸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똘똘한 기업' 투자 방법을 모색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