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증시 등 금융시장 '직격탄'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속해 중반에는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장은 1% 넘게 하락했고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코스피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20일 오전 9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9.37포인트(1.56%) 떨어진 1858.94를 기록하고 있다.

국채선물은 크게 폭락해 3년 국채 9월 선물이 전일대비 45틱 밀린 105.45로 시작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13bp(0.13%p) 오른 2.93%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3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달러당 114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시장이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한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증권가 "단기충격 불가피…外人 이탈 예상"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버냉키의 발언으로 미달러화 강세기조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예상되면서 단기적인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다만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3조8000억원 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앞서 반영된 움직임이 있어 충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관의 경우 관망세를 취하거나 저가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버냉키의 발언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코스피에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10~20포인트 수준의 낙폭으로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버냉키의 발언이 미국에는 큰 충격을 줄만한 얘기일지 몰라도 상황에 민감한 우리로서는 이미 예상했던 수준의 발언"이라며 "외국인의 매도에 맞설 기관의 경우 관망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은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타임플랜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제는 유동성 공급보다는 유동성을 어떻게 줄여나가는 것이냐가 더 중요해지며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은 당분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돈이 덜 풀리는 거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신흥국 시장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여 "주가가 얼마나 빠질 것인지에 대해선 이미 시장에 반영된 부분도 있어서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미국시장 폭락은 "과민반응"

한편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 언급에 따른 미국 시장의 폭락이 '과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버냉키의 발언 이후 뉴욕증시는 1% 넘게 하락했고 금리는 0.13%p 급등한 2.33%(미국 10년 국채)까지 올랐다. 달러화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FOMC 직후 버냉키 연준 의장이 대략적인 출구 전략 로드맵을 언급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뉴욕 증시가 조정받고 금리는 급등했으나 이는 다소 과민반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정도로 펀더멘털 개선이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주택시장 회복세가 유지되고 소비심리 상승, 고용시장 개선 등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으면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빚었던 유동성 회수 우려는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용 연구원은 "연준의 경기 및 인플레이션 판단은 큰 변화가 없다"며 "실업률 전망치를 낮췄고 장기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며 "양적완화를 중단할 만큼 펀더멘털 개선이 지속된다면 금융 시장은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시장의 충격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당초 예상됐던 6월이나 올 3분기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여 위험자산 회피심리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유지된다면 양적완화가 축소되더라도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규모가 축소되려면 9월까지 의회에서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최종적으로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은 내년 2분기 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채권 약세 불가피

환율 및 채권 시장 약세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전승지 우리선물 연구원은 "한국 시장의 추가적인 주식, 채권 통화 가치의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른 아시아 통화들의 움직임과 한국 및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당국 동향 등에 따라 추가 상승(약세)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미 달러에 지지력을 유지시켜 줄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미달러 강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며 최근 시장이 보여주었듯이 시장 및 경제 여건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신흥국 통화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강세 정도와 각국 펀더멘털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h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