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특집] 시계 전문가가 알려주는 시계 사용법
“물, 불, 자기장, 충격을 멀리하라”
(서울=뉴스1) N스타일팀 = 시계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하지만 시계 관리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구입 시 예산, 스타일, 브랜드, 환금성 등을 고려하듯이 시계를 착용하면서도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시계를 구매할 때 판매 직원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며, 설명하는 내용을 모두 알아듣지도 못한다. 특히 시계 착용 시 안전 사항이나 관리에 대해서는 가볍게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매 직원의 조언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를 차는 즐거움에 빠져 시계 관리에 관한 소소한 지침을 간과한다면 너무 빨리 A/S 센터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기계식 시계의 적정 점검 기간인 4년 동안 시계를 멈추지 않고 계속 사용했다면 그 시계는 총 3만 5040시간 동안 작동한 셈이다. 이는 자동차 한 대를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인 90분 동안 운전했다고 가정할 때 총 64년 동안이나 사용했다는 뜻이다.
시계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시계에 가해지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계에 가해지는 대표적인 위협 요소는 열기, 자기장, 습기 그리고 충격이다. 그중 가장 많이 간과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열기다. 시계 브랜드 공식 사이트의 관리 카테고리에는 시계를 절대로 오랜 기간 열기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설명했지만 이 사항은 오히려 시계 브랜드 매장에서 더 지키지 않는다. 할로겐전구를 사용한 매장 내부 쇼케이스는 오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계에 관해 지식이 해박한 워치 애호가는 결코 전시용 모델을 구매하지 않는다. 전시용 모델이 아무런 문제없이 4년간 버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사고 싶은 시계가 전시 모델밖에 없다면 악착같이 가격을 협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시계의 첫 수리비가 깎은 금액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자기장도 시계 고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오메가를 비롯한 많은 시계 브랜드의 A/S 센터에 접수된 시계 중 25%가 자기장으로 인한 고장 때문이다. 이 놀라운 수치와 우리 주변에 즐비한 자석을 생각하면 자기장에 완벽히 영향받지 않는 시계를 생산하려는 브랜드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다행인 건 요즘 시계 대부분은 항자기성이 뛰어나다. 특히 다이버 워치의 경우 최소 ISO 764 규정의 기준 이상으로 전자기력에 저항할 수 있다. 이 참고 기준에 따르면 자기장 4800A/m, 즉 0.006테슬라에 달하는 지역을 지나도 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니 공항 휴대품 검사대에 시계를 통과시켜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만약 자기장에 매우 취약한 시계라면 공항 검색대에서든 어디서든 신체에 가장 가까이 유지해야 한다.
A/S 센터를 찾는 시계의 50% 정도는 충격, 추락, 진동에 의한 손상 때문이다.그 중 70% 이상이 욕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기계식 시계의 경우 욕실은 출입을 금해야 하는 공간이다. 욕실의 타일 바닥은 특히 더 치명적이다. 바닥이 충격파를 흡수하지 못해 시계 케이스와 무브먼트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딱한 바닥에 떨어지면서 케이스와 유리 등에 수리하기 힘들거나 아예 수리가 불가능한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쿼츠 무브먼트는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놀라울 만큼 충격에 강하며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오토매틱 무브먼트보다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가 충격에 더 잘 버틴다. 시계의 견고성에 관련해 브랜드들의 허용 기준은 나무 바닥에 최고 지상 1m 높이에서의 추락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추락 높이가 그 이상이면 ‘작은 행운’에 기대야 한다. 크로노그래프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는 충격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오늘날 기계식 무브번트 대부분에는 키프 파라쇼크(KIF Parechoc®), 인카블록(Incabloc) 등의 충격을 흡수하고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들어 있다. 그래서 예전 시계들처럼 한 번 떨어졌다고 해서 밸런스 휠이 금방 고장 나지 않도록 잘 보호한다. 그러나 인카블록도 너무 많은 충격을 받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럴 때는 시계의 하단 플레이트 쪽, 미닛 휠 트레인 브리지 아래쪽까지 열어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오버홀, 즉 전체 무브먼트를 점검해 다른 부품에 피해가 없는지 알아보기를 권한다. 이미 무브먼트의 절반 정도를 열어 오버홀 서비스에 준하는 비용이 나올 수 있으니 아예 한 번에 다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수년 전부터 고급 시계 대부분은 최소 30m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시계를 찬 채 물에 들어가거나 샤워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계가 수심 30m에 들어가도 방수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30m 방수 혹은 3기압 방수라는 말은 물방울이 조금 튀는 정도, 먼지와 높은 습도에서 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정도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영할 때 시계를 착용하거나 약 3바(Bar)의 기압으로 흐르는 수돗물에 넣을 경우 시계 케이스와 연결 부품에 물과 습기가 들어가서 결국 시계 수명이 줄어든다. 수심 30m, 50m, 100m, 300m 또는 그 이상까지 방수된다고 해도 상대적인 수치일 뿐 절대적인 보장은 아니다. 그러니 휴가를 떠나기 전 1년에 한 번씩 방수 성능을 점검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A/S 센터에는 시계의 이론상의 방수성을 점검하는 기계가 있으며 가끔은 진공 상태에서 온도 감응 조절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2분 정도 걸리는 이런 점검 작업은 결함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휴가 후 접수되는 수리의 70%가 시계에 들어간 물이나 케이스에 스며든 수증기 때문이다. 이런 습기가 쿼츠든 아날로그든 시계 무브먼트를 순식간에 고장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시계전문잡지 ‘레뷰 데 몽트르’ 이은경 편집장은 “어떤 사람들은 고장의 원인을 브랜드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A/S 전문가들은 시계가 떨어지면서 떨어져 나간 부품의 파편 구조를 완벽하게 알아봅니다. 게다가 추락의 흔적은 알아보기 쉽습니다. 또한 브랜드가 판매한 모든 시계는 스위스 기계 산업 기준(NIHS)을 충족하기 위한 테스트를 거쳐 출시 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합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사건의 정황을 설명해 A/S 책임자가 최대한 빨리 고장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낫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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