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 강윤성 감독이 생각한 AI…"더 많은 작품·일자리 생길 것"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중간계'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와 크리처, 액션과 폭발 장면 등에서 AI가 활용된 것이다. 여기에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등이 출연해 불의의 사고로 중간계에 갇혀 12지신 저승사자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중간계'의 강윤성 감독과 권한슬 AI 연출이 취재진과 만나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라고 표방했지만, 관객분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즐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N인터뷰】②에 이어>-창작자의 입장에서 AI를 활용하는 데 두려움은 없나.

▶(강윤성) AI는 도구라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해 하는 건 AI가 창작 영역을 건들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을 건드니까, 배우나 연출자에게 그런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어찌 됐든 AI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저작권과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첨예하게 다뤄질 부분이라고 본다. AI는 교묘하게 변주해서 이용하니 그런 문제는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권한슬) 그래서 창작자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가 없었을 때도 표절은 있었고, 표절할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중요하듯 AI 역시 비슷하다. 우리가 새롭게 창작해서 AI로 구현해 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의도 자체는 창작자가 가지고 선택하는 것이고, AI는 나를 대신해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도구라고 본다.

-AI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강윤성) 현재 영화계가 갖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제작비 상승이다. 그렇지만 그 상승은 시대적으로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전에 오히려 너무 임금이 적었던 것이고, 지금 적정선을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올라간 제작비로 인해 산업이 위험해졌다고 보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작업에 효율성을 가져와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고, 그중의 하나가 AI라고 생각한다. 모든 영화가 AI를 쓰는 게 아니다. 만약 제작비가 200~300억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면 아예 자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AI를 통해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라고 생각한다. AI는 작업 기간과 규모에 있어서 매우 많은 효율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은 좋은 효율을 따르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에서도 점차 사용할 거라고 본다. 그렇게 해서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작품이 생기고, 더 많은 일자리가 형성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환경이 어려운데, 그러다 보면 공포, 로맨틱 등 제일 싸게 만드는 장르로 주제와 소재를 한정하게 된다. 근데 그게 관객들이 극장을 안 찾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는 결국 빠르게 OTT로 흐르지 않나. 극장에서는 스펙타클한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AI 툴이 없으면 새로운 걸 만들 상상조차 못할 것이고, 그만큼 AI가 중요한 키워드라 생각한다. '중간계'가 만약 잘 된다면 주변 산업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영화에 투자하게 되지 않을까 싶고, 침체해 있는 영화 시장에서 보다 많은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 감독들의 반응은 어떤가.

▶(강윤성) 주변에서도 관심이 엄청 많고, 시도해 보고 싶어 한다. '중간계' 시사회 때도 감독들이 많이 와서 AI로 어디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갔다. 실제 만들어진 상업 영화를 보고 많은 상상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요소로서 '중간계'가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간계'는 다음 이야기를 암시했는데, 파트2 제작은 어떻게 진행되나.

▶(강윤성) 1편이 잘 돼야 한다. 관객수 20만 명이 넘어야 가능할 것 같다. 2편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 돈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1편을 만들 땐 주어진 돈이 얼마 없어서, 나를 비롯해 스태프, 배우분들 등 여러 사람한테 희생을 강요했다. 그래서 1편 같은 상황을 강요할 순 없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강윤성)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라고 표방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즐겨줬으면 한다. 롤러코스터에 타서 1시간 신나게 즐기고 내렸으면 한다. 이야기가 중간에 끝나지만 다음 편을 꼭 기대해 주면 좋겠다.

▶(권한슬) 우리가 잘 아는 공간들이 나오는 만큼, 그런 것들을 활용한 여러 효과가 나와서 재밌게 느껴질 것 같다. CG로 구현하게 되면 실제와 똑같이 완벽하게 만들 수 없는데 AI는 원래 소스를 이용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