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권한슬 연출 "AI 영화 '중간계', 미숙해도 시의성 있어"

[N인터뷰]①

강윤성 감독, 권한슬 AI 연출(CJ CGV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중간계'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와 크리처, 액션과 폭발 장면 등에서 AI가 활용된 것이다. 여기에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등이 출연해 불의의 사고로 중간계에 갇혀 12지신 저승사자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중간계'의 강윤성 감독과 권한슬 AI 연출이 취재진과 만나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라고 표방했지만, 관객분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즐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계' 포스터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

▶(강윤성) '파인'을 하면서 당시 나온 AI 단편을 봤는데, AI 기술이 영상 산업에 앞으로 크게 작용하겠다 싶더라. 그래서 제안을 받고, 이거를 실제 극장 상업 영화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25년 전에 써놨던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AI 영화에 적합하게 다시 만들었다. 사실 프리 단계인 올해 2~3월만 해도, AI로 구현이 안 되는 게 많고 미숙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가능해진 기술이 많았고, 후반 작업하면서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장 상영을 해도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AI를 활용해서 얼마나 비용이 절감했나.

▶(강윤성) '중간계'를 만약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면 후반 작업만 1년 반이 걸린다. 그런데 AI로 작업하니 실질적으로 한 달 반이 걸리더라. 대신 미숙한 부분은 CG로 붙였다. 제작비는 복합적인 문제이지만, 단적으로 차량 폭발 신을 CG로 만들면 4~5일 걸리는데, AI로는 1~2분이면 그림이 나오니까 현장에서 테스트해 본 뒤, AI로 가능하면 바로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권한슬) 다만 AI가 신을 알아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AI로 그려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간계'의 경우 수십 가지 AI 모델을 써서 구현했고, 이번에 20명 좀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제작에 들어가면서 이전과 달랐던 부분이 있다면.

▶(강윤성) AI 영화를 하기로 결정한 뒤, AI 팀과 만나서 어떻게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진행할지 많이 논의했다. 기존 방식대로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VFX와 AI를 어떻게 나눌지 얘기했다. 실사와 AI가 합성되는 영상 작업이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어서 벤치마킹할 게 없더라. 그래서 우리가 그 기준을 만드는 데 논의를 많이 했고, 현장에 항상 CG와 AI 슈퍼바이저가 와서 바로바로 테스트하곤 했다. 촬영하는 과정에서 많이 정리가 됐다. 원래 크리처물을 만들 때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뒤 배우를 분리하고, 크리처를 만들어서 배우와 연동할 수 있게끔 연출해야 하는데, AI는 실제 외벽 소스가 있어야 크리처를 만들 수 있어서 그린 스크린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권한슬 AI 연출(CJ CGV 제공)

-AI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권한슬) 작품의 호흡이 길어지면 AI가 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앵글 컨트롤 같은 것을 일관성 있게 구현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작업을 다 끝내고 나니 이제는 그런 것도 다 구현이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실사와 잘 붙게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지금 기술이나 노하우는 최고 수준이지만, 아무래도 실사와 차이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잘 붙을지 고민했다.

-AI 업계에서 바라봤을 때 '중간계'의 의미는.

▶(권한슬) 여기에 CG 업계 출신들이 많다. 물론 AI 기술이 아직 완벽하게 되지 않는 것을 알지만, CG로 구현이 안 되는 것도 있으니 그런 점에서 미래와 비전을 보고 하는 것이다. 처음 AI로 영상을 만들 땐 걷는 장면 하나를 못 만들었는데 이제는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게 다 된다. 이게 불과 1년 만이다. 그 이후로는 발전 속도가 어떨까 싶다. 그래서 '중간계'가 정말 중요하고,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실제 CG 업계 반응은 어땠나.

▶(강윤성) 아직 CG팀 입장에선 AI 결과물을 만족하지 않고, 이런 상태로 나간다는 것에 대한 불만족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됐든 AI가 주가 되어서 작업을 끌고 나간다는 부분에 있어서 상업적인 실증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산업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물론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그거에 매몰되기보다는 상업적인 부분에서 작품을 마치는 게 중요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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