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4만불 가시권·성장률 3% 청신호…반도체 호황에 힘받는 韓경제

1분기 GNI 778조 역대 최대…반도체 수출 단가 급등에 전기비 11%↑
1분기 성장률 1.8% 상향…한은 "현 추세 지속시 소득 4만불 근접"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1분기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4만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과 기업 수익성 개선, 해외 순소득 증가가 맞물리며 소득 지표 전반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GNI도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상향된 1.8%로 집계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3%대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명목 GNI 778조 '사상 최대'…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에 기업 수익성 개선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GNI는 778조 5473억 원으로 관련 시계열이 제공되는 196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로는 11.0% 증가해 197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7.1% 늘었다.

명목 GNI는 명목 GDP에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지표다.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뿐 아니라 우리 국민과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함께 반영된다. 따라서 수출 단가, 기업 영업이익, 해외 투자소득, 환율 등이 모두 GNI 흐름에 영향을 준다.

GNI가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있다.

특히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크게 늘었다. 국민과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돈을 뺀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지난해 4분기 9조 2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3조 7000억 원으로 약 4조 5000억 원(48.9%) 증가했다.

한은은 이번 명목 소득 확대를 국내 물가 급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1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2.9% 상승했지만, 내수 디플레이터는 2.1% 상승에 그쳤다.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급등했다.

쉽게 말해 소비자물가가 크게 올라 명목 소득이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력 수출품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이 같은 물량을 팔고도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인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올해 1분기부터 분명하게 나타나는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닌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1분기 GDP 디플레이터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디플레이터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대표 수입품인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을 넘어서면서 GDI가 오히려 GDP를 큰 폭으로 추월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2025년 1인당 GNI 3만6963달러…고환율에도 4만 달러 달성 근접 가능

한은은 현재와 같은 명목 소득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1인당 GNI는 5257만 원으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 6963달러로 전년보다 0.3% 늘었다. 환율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1분기 명목 소득 증가 흐름이 이어진다고 단순 가정하면 1인당 GNI는 4만 1000달러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김 부장은 고환율에도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기록할 수 있냐는 질문에 "현재와 같은 높은 명목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안에 1인당 GNI가 4만 달러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4만 달러 달성 여부는 향후 기업 실적 및 달러·원 환율 환경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와 같은 수출가격 상승과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 고환율에도 1인당 GNI 4만 달러 진입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원화 기준 국민소득을 환율로 나눠 산출하는 만큼, 달러·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달성 가능성은 낮아진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4년 3만 달러대에 진입한 뒤 3만 달러 중후반 수준을 유지해 왔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4만 달러는 상징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UN 자료 기준으로 2024년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34개국"이라며 "이 가운데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로 한정하면 미국(8만3490달러), 독일(5만5090달러), 영국(4만9470달러), 프랑스(4만5160달러), 이탈리아(3만8590달러) 5개국만 4만 달러를 상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4만 달러에 들어선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 단계로 들어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이를 달성하면 지난해 먼저 같은 문턱을 넘어선 대만에 이어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7번째 사례가 된다.

실질 GNI 기준으로도 소득 개선세는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3.8%였다.

실질 GNI가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돈 것도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영향이 컸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도 지난해 4분기 8조2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1조6000억 원으로 늘며 실질 GNI 증가 폭을 키웠다.

실질 GNI는 물가 영향을 제거한 국민소득의 구매력을 의미한다. 실질 GDP가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는지에 초점을 둔다면, 실질 GNI는 그 생산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실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목 기준으로 보면 올해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1인당 GNI가 3만 6000달러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만 올라도 4만 달러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1분기 성장률 1.8%로 상향…연간 3%대 성장도 가시권

국민소득 개선은 올해 성장률 전망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를 전기 대비 1.8%로 집계했다. 속보치 1.7%보다 0.1%p 상향 수정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8%였다.

김 부장은 1분기 실질 GDP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p 오른 데 대해 "연간 전체로 봤을 때 연간 성장률을 0.1%p 올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전망도 3%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3.1%로 1.2%p 올렸고, 씨티도 2.9%에서 3.0%로 높이며 3%대 성장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 3% 달성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p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와 중동전쟁 상황이 향후 성장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 확대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기준 전망보다 0.5%p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성장률은 3.1% 수준까지 올라간다.

반면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약화되고 중동전쟁 장기화로 유가·환율 부담이 커지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기준 전망보다 0.8%p 낮아져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