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하 시기나 방향 전환,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결정"

블룸버그 인터뷰 "인하 사이클 유지 공식 입장…데이터에 달라질 것"
매파적 발언에 국고채 금리 3.3%대로 오르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 여부를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언급하며, 향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경제지표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핀테크 행사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혹은 방향 전환 여부는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되며,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300%까지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처음 3.3%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은 평소와 같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의 시기, 폭, 완화 기조 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성장 전망에 대해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다"며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아마도 1.8∼2.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며 "우리는 2주 후에 새로운 전망을 발표하는데,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낮아 현재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지는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포함해 오는 27일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을 본 뒤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 정부 셧다운 우려, 달러 강세, 일본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거론하며 "현재 너무 많은 요인이 (환율에) 작용하고 있다.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방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환율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움직임은 대부분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좌우됐다"며 "외화 부채 수준은 안정적이고 다른 지표들도 우리 시장의 건전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주가가 상당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며 "우리 주식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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