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상수지 4분의 1토막…"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커져"(종합)

12월 124억 달러서 한달새 29억 달러로…작년 1월과는 비슷
수출 15개월 만에 감소 전환…"2월엔 경상수지 흑자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멕시코·캐나다 수입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다음 달 2일까지 25% 관세를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30억 달러를 밑돌면서 한 달 새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설 명절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와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 악화로 상품수지 흑자가 급격히 축소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29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로써 2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흑자 규모는 같은 달 기준 역대 1위 기록이었던 지난해 12월(123.9억 달러)과 비교해, 한 달 새 94억 3000만 달러 급감했다.

전월 대비로는 급격히 축소됐지만, 전년 동월(30.5억 달러)과 비교하면 비슷했다.

자동차 수출 부진-설 연휴 '이중고'…흑자 급감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주된 원인은 설 명절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 계절적 요인이 지목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수지 흑자 폭이 많이 축소된 것은 계절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며 "통상 1월은 연말 수출 집중에 따른 기저 효과로 통관 무역수지가 많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설 연휴가 1월로 이동한 데 따른 조업일수 4일 감소 영향도 추가돼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전월 대비, 전년 동월 대비 모두 축소됐다"고 말했다.

1월 상품수지는 25억 달러 흑자에 그쳤다. 전월(104.3억 달러) 대비 급감했고 1년 전(43.6억 달러)과 비교해도 반토막에 가까웠다.

수출이 1년 전보다 9.1% 줄면서 498억 1000만 달러로 500억 달러 선을 밑돌았고, 수입은 473억 1000만 달러로 6.2% 줄어든 결과였다.

특히 석유제품(-29.2%, 전년 동월 대비 통관 수출), 승용차(-19.2%), 기계류·정밀기기(-17.3%) 등 IT 외 품목이 부진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7.2%), 컴퓨터(+14.8%) 등 일부 IT 품목의 증가세는 이어졌다.

송 부장은 "상품 수출이 2023년 10월 증가 전환한 이후 15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며 "상품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본재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재도 줄어들면서 1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1월 서비스수지는 20억 6000만 달러 적자로 한 달 전(-21.1억 달러)과 비슷했다.

겨울 방학과 설 연휴를 맞아 여행수지가 16억 8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운송수지는 선박 용선료 등 운송 지급이 줄어 5억 6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그나마 상품수지 축소를 상쇄한 것은 본원소득수지 흑자(26.2억 달러)였다.

송 부장은 "통상 연말에 나타나는 증권 투자 배당 수입 확대의 영향이 사라지면서 전월 대비로는 흑자 폭이 축소됐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순대외금융자산의 꾸준한 증가로 인해 이자·배당 소득이 늘어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이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2월 반등하겠지만…"美 관세, 수출 둔화 요인"

2월 경상수지 흑자는 1월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 부장은 "1월 적자를 썼던 통관 무역수지가 2월 흑자를 기록했다"며 "올해 전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본적으론 IT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중국 제품의 글로벌 공급 확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IT 외 부문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수출 불확실성이 확대됐으며,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양상이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송 부장은 "미국과 주요 무역 적자국 간 갈등·협상 국면이 당장 결정된 것이 아니라 매일 변화하면서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론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수출만 아니라 해외 법인 배당 수입이 감소하면서 본원소득수지에 미치는 효과도 간접적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