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기술 감사 "한수원, 원전비리 은폐" 폭탄발언
새한티이피 비리, 이미 한수원에 보고했지만 묵살당해
한전기술 "김 감사 주장은 개인 주장일 뿐"
원전부품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의 김장수 감사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비리 사건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전기술은 "한전기술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장수 한전기술 상임감사는 18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초 새한티이피의 원전 부품 시험검증서 위조사실을 한수원에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감사는 이어 원전 비리 파문 수습을 위한 정부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한전기술은 한수원의 하청기관으로 지시에 따른 죄 밖에 없다"며 "산업부 차관이 나서 한전기술 1급이상 고위 간부의 사퇴를 종용한 것은 유신시대적인 발상"이라며 비난했다.
이에대해 한전기술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 감사의 입장은 한전기술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1급 이상의 사표제출은 원전 공기업 4사의 자발적 의사결정에 의한 것으로 산업부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장수 한전기술 상임감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원전 부품 납품에 문제가 있다' '이렇게 운영되면 안된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원전설비를 바꿔야 한다'고 산업부와 한수원에 누누히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상급기관의 묵인 속에 이번 사건이 발단됐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에 새한티이피 위조 관련 사실을 언제 알렸는가.▶2012년 1월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부품 납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의제기를 했다. 산하기관의 새해업무보고는 산업부 장관이 직접 받는 것이다. 산업부가 이번 사건을 몰랐을리 없다. 또한 지금 구속된 한전기술 직원이 원청기관인 한수원에도 새한티이피의 위조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
-새한티이피의 위조사실에 대해 한수원은 어떤 반응이었나.▶최종 납품일을 9일여 앞두고 새한티이피의 검증서 자료를 받았지만 검증서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수원에 메일을 보내 보고했다. 당시 한전기술 직원이 한수원 담당직원과 통화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수원에서는 그냥 가자고 했다고 한다. 곧바로 한전기술 내부적으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한전기술 담당직원은 안된다고 했지만 다른 전문가는 그냥 (한수원 지시를) 따르자고 했다.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다.
-한전기술이 시험검증서를 최종 검토·승인하는 기관이지 않은가▶한전기술은 독립회사이지만 원전과 관련해서는 한수원의 하청을 받는 관계다. 물론 한전기술 직원이 'NO'라고 했다면 부품 납품은 안됐을 것이다. 하지만 하청기관인 한전기술로서는 '노'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전기술이 검증서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게 아니라는 것인가.▶그건 결코 아니다. 내부 감사결과, 지금 구속된 한전기술 직원은 여러 압력을 받고 위조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해당 직원에서 검찰에 자수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만 돌을 던질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한수원과 한전기술을 집주인과 임대인의 관계로 비교해 보자. 임대인이 집주인에게 집에 물이 샌다고 말했는데 집주인이 이를 무시했다가 집이 무너졌다면 이게 과연 임대인의 책임인가.
-한전기술 직원이 받은 '압력'이란 무엇을 말하나.▶앞서 말했듯이 하청기관 입장에서는 원청기관에서 그대로 가자고 하면 따를 수 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돈이 걸린 문제라 이를 뒤엎을 수 없다는 점들이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검찰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검찰에도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넘겼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우리가 관련 자료를 넘긴 다음 한전기술 직원을 구속했다는 점이다. 정작 한수원 담당 직원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이제서야 귀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관련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에서 한전기술에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과거 원전 문제는 분명 역대 정부의 잘못이라고 본다. 하지만 향후 대책 수립은 현 정부의 몫이다. 제대로 보고한 내용을 묵살하고 이제와 한 개인의 문제를 회사 전체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전기술 직원들에 따르면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이 우리 직원들을 만나 1직급 이상 간부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들었다. 한전기술이 산업부 관할 기관이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회사다. 차관이 직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 행위다.
-이번 감사원 감사 청구가 한전기술 간부 사퇴에 대한 불만때문이 아닌가.▶직원에게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 1직급 간부들은 전부 기술자들에 불과하다. 회사 전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유신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 감사 청구는 언제하나.▶산업부의 반응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실제 산업부 감사한테도 '산업부 차원에서 감사를 해야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산업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앞으로 원전 비리 재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보는가.▶지금까지 원전대책이 실패한 데에는 '그 나물의 그 밥'이었기 때문이다. 대책을 세울 때는 공정하게 처리해 책임까지 드러내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원전관련 기관 사람들은 대책 수립에서 빼야 한다. 본인의 잘못을 드러내는 각오가 필요하는데 할 수 있겠는가. 원전에 책임없는 사람이 원전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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