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 수급보고 전산화' 앞두고 정부·업계 정면 충돌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석유 사업자간에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유일한 정부기관인 석유관리원 전·현직 간부들이 브로커에게 단속 정보를 흘린뒤 많게는 수억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이후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정부는 비리사건을 계기로 전산시스템 도입의 명분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주유소등 석유 사업자들은 '비리 장본인은 석유 관리원'인데 애궃은 업자들만 범죄자 취급하느냐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은 이날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은 석유사업자들이 현재 월 1회 수기 형태로 보고하는 수급․거래상황을 매일 자동보고토록 변경하는 제도다.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간의 전산장치와 연결된 통합서버를 구축해 '본부'격인 석유관리원에서 석유사업자간 거래현황과 주유소의 실제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가짜석유 유통이나 무자료 거래가 의심되는 업소를 잡아내 즉각 현장 단속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가짜석유 유통을 막기 위해 추진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석유제품 입·출고 내역과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량까지 모두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업부에 보고된다.
이에대해 일선 주유소를 비롯한 석유 사업자들은 영업 정보 누출과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대한 우려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전 현직 고위 인사의 단속 정보 누출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석유관리원쪽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것으로 가짜석유 단속기관인 석유관리원이 되려 지하경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초 석유관리원 전직 임원 손 모씨와 현직 임원 김 모씨 등 3명은 가짜 석유 단속 계획등을 브로커 2명에게 흘린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사건이 불거지자 한국주유소협회는 공식 자료를 배포하고 석유관리원에 대한 근본적인 비리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며 공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가짜석유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거래량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하는 건데, 업계 입장에서는 영업기밀에 해당되는 판매량 등이 경쟁 주유소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전산시스템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며 "여름이나 겨울의 경우 온도차에 따라 유류의 부피가 차이가 나는데 이를 모두 부정행위로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 1월 전국 주유소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업체의 90% 이상이 전산시스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산시스템 도입의 명분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사람’ 중심 단속에서 ‘시스템’ 중심 단속으로 전환하게 되면 단속 정보 누출과 같은 비위 행위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반발에 산업부도 그동안 관련 개정안 처리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전산시스템 도입을 위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말 산업부 자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안건 상정은 최근에서야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현재는 업계와도 의견조율이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이날 규개위 심사에 통과하면 법제처 심사를 거쳐 시행령 공포를 통해 내년 하반기께 전국 주유소에 전산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가짜 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이번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그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가짜 석유로 인한 세금탈루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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