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 경총회장家의 이성 잃은 모럴 해저드
"투명한 리더십에서 발휘된 투명경영은 위기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할 뿐만 아니라 경영자가 원칙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2009년 2월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이끌었던 이수영 OCI(옛 동양제철화학)회장은 공개석상에서 도덕 경영, 윤리 경영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경영자 스스로가 윤리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을 바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회장의 발언은 본인의 이중성만 드러낸 립싱크인셈이 됐다. 이 회장 일가는 2000년대 들어서만도 두건의 대형사고를 쳤다.
2011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를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가 확정되면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부사장과 이우정 넥솔론 사장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로열패밀리가 주도한 불공정 행위는 당시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2010년 경총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던 이 회장은 요즘 다시 화려하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본인의 해외 탈세 의혹이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는 이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이 5년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회장의 동양제철화학(OCI의 전신)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편승하면서 주력 업종인 태양광 산업이 뜨고 있던 시기다.
2007년 10만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2008년에는 40만원대로 4배 이상 뛰었고,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이 회장의 주가 보유액은 1조원을 넘어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개인 돈을 예치한 것이라는 해명이 맞다 하더라도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라면 세금을 피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시점도 수상하다.
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은 2007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된 바 있다. 이들의 불법행위 시점과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점이 유사해 '연결 고리'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온 가족이 공모해 불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경총 부회장 시절까지 합치면 1998년부터 12년간 최대 사용자단체를 이끌었다.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 받은 상훈도 수두룩하다.
우리나라 4대 경제 단체장까지 지낸 사람 및 가족이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하거나 해외 탈세 의혹을 받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대단히 부적절하다.
대기업 대주주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세정, 사정당국이 나서야 한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대로 이 회장 일가의 비밀 계좌 개설 여부와 자금 출처, 세금 납부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한뒤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고강도 세무조사 등을 통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검찰은 재산국외도피등의 혐의로 기소해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andrew@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