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과태료 맞을래?" 조사권 남용 논란 빚는 공정위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프로젝트와 관련해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3각 편대의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쇼크’ 상태에 빠졌다.
건설업계는 사정당국의 먼지털기식 집중조사는 도를 넘는 것으로 경제살리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0대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건설업체 사장단을 불러 잘해보자고 밥을 먹은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검찰이 전광석화처럼 업체들을 쥐잡듯 뒤지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4.1 부동산대책으로 숨통이 트이는가 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건설업계의 감정의 골이 검찰보다는 공정위쪽에 깊게 패여있다는 점이다.
한번에 쓰나미식으로 필요한 자료를 ‘털어가는’ 검찰과 달리 며칠씩 사무실에 상주하며 진을 빼는 공정위의 조사 스타일에 대해 "월권이 아니냐"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5000만원 과태료 물고 싶냐” 공정위 과잉조사 논란
최근 한 대형 건설업체는 담합사건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무장해제를 받았다.
공정위 조사관 10여명이 아침 10시30분경에 회사정문에 도착해 곧바로 영업 및 토목사업본부를 급습했다. 도착시간이 10시반이라는 것은 공정위 본부가 있는 세종청사에서 9시쯤 출발했다는 뜻이다.
회의실 하나를 독차지하면서 시작된 조사는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통상 하루에 그쳤던 공정위 조사는 사흘간 계속됐다.
조사관들은 담합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자료를 요구한데 이어 회사 전산망 전체에 접근할수 있는 아이디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사무실 업무는 마비상태가 됐다.
자료 제출에 난색을 표명하자 “집까지 털리고 싶으냐” “5000만원짜리 과태료 딱지를 받고 싶으냐”는 다소 강압적인 언사가 뒤따랐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경우 최대 법인은 2억원, 개인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해당 건설업체 직원들은 차라리 검찰 압수수색이 맘 편하다는 자조섞인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검찰 조사관들은 해당 임원 컴퓨터나 전산망에 접근해 특정 자료를 다운로드받는 것으로 깨끗하게 손을 턴다는 게 건설업계의 반응이다.
더구나 정식으로 법원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하는 매너있는(?) 검찰과 달리 공정위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는게 업계의 불만이다.
한 건설업체 직원은 “담합 입증책임을 지는 쪽은 공정위인데 주객이 전도됐다” 며 “아무일도 못하고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혈기넘치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는 차라리 자료제출과 관련한 실랑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SNS에 뿌리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공정위측은 "압수수색이 가능한 강제조사권이 없는 탓에 검찰과 달리 조사 시일이 길어질수 있다" 며 "과잉 조사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고 해명했다.
◇"영업기밀 누출...해외수주 타격"
공정위의 모토는 시장경제 파수꾼이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의 모습은 본연의 임무인 경쟁 촉진은 뒷전인 채 대기업 때려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통상 재벌 군기잡기는 정권말기 또는 정권 출범초에 정점을 찍는데 박근혜 정부는 좀 심한 편이다. 아리송한 '경제민주화'의 포퓰리즘에 편승해 툭하면 경영을 간섭하고 조사권을 남용한다. 반기업정서까지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재계는 공정위의 과잉 조사에 따른 영업 기밀이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을 빼는 공정위 조사기법에 대해서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내색조차 못한다. ‘경제검찰’로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공정위에 찍히기 싫어서다.
공정위나 검찰 조사가 길어지면 해당 건설업체는 존립자체가 위태로울수도 있다. 임원 구속이나 과징금은 둘째치고 '먹거리'인 해외 수주에 치명타를 받게 되는 탓이다.
해외 주요 발주처들은 시시각각 한국 대형 건설업체들에 대한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단순한 최고경영자의 횡령이나 뇌물수수 사건이 터져도 해외 발주처들의 조회 요청이 빗발친다는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고의로 발주처에 흘리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내막은 좀 다르지만 최근 S건설사는 경쟁 업체들로부터 해외 건설시장에서 상도의에 어긋나는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올 초 싱가포르지사의 현지 채용직원이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주요 발주처에 악의적인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쌍용건설의 자금난을 다룬 영문 기사들이었다. 이메일이 싱가포르 건설관련 업체들 사이로 유포되던 2월 쌍용건설은 금융권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결국 S건설사가 쌍용측에 공식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는 가까스로 봉합됐다.
◇'검사'· '판사' 권한 함께 쥔 권력구조가 문제
전문가들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 구조가 공정위의 권한을 비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현장조사권, 출석요구권, 자료영치권 등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과 비교할 때 공정위는 '검찰'이 맡고 있는 조사 및 소추 기능과 '법원'의 권한인 심판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공정위가 판단을 내린 사안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다른 행정기관들의 결정 사항이 단순한 행정 조치인 것과는 '급'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조사 · 소추 기능과 심판 기능을 분리하거나 최소한 조직 내에 탄탄한 '칸막이'를 두고 있고 있는 곳이 많다. 일례로 영국은 조사 · 소추 기능은 공정거래청,심판 기능은 경쟁위원회가 나눠 맡고 있다.
공정위는 22일부터 현장조사시 기업의 방해 행위를 막고자 조사방해에 대한 과징금 가중한도를 현행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조사방해 행위도 유형별로 나눠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지연은 40%, 자료 은닉·폐기, 접근거부 또는 위·변조는 30%, 기타 조사방해는 20%로 가중한도를 세분화했다.
그동안 과징금 대상이 아니었던 서면 지연 발급행위도 과징금 부과 목록에 집어넣었다. 기업들이 공정위 눈치를 더욱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뜻이다.
andrew@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