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 50일.. 남북 간 책임공방에 정상화 요원

공단 정상화 진정성 서로 의심하며 공회전
우리 정부 대응 태도 적절했나 의문도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측 출입문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가드레일이 서 있다. 이날 통일부는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유도탄 발사 등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개성공단 해결을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 했다. 2013.5.19/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22일이면 북한이 지난 4월 3일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내리며 개성공단 가동에 차질이 빚어진 지 50일째를 맞는다.

현재 남측과 북측 모두 개성공단 정상화 입장을 밝혀놓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남북 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다소 비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남북 간 진실공방과 기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어서, 남북 당국 간 신뢰부족으로 사태가 여기까지 치달은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당초 개성공단 파행은 북측의 일방적인 논리와 주장으로 촉발됐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은 지난 3월 31일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남측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 퍼포먼스에 대한 반발로 "현실은 당장 남측 인원들의 개성공업지구 출입을 차단하고 공업지구를 폐쇄하여도 괴뢰역적패당이 할 말이 없게 되었다"며 개성공단 파행의 불을 당겼다.

이후 남측의 존엄훼손에 대한 북한의 비방이 이어지다 북한은 결국 지난 달 9일 공단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 전원을 철수시켰다.

같은달 14일 북한이 우리정부의 사실상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이후 정부는 다시 25일 북한에 대해 "24시간 내에 답변을 주지 않을 시 중대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실무회담을 제의했다. 이번엔 우리측이 '중대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위압적인 태도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는 다음날 곧바로 공단 정상화를 기다리며 공단에 남아있던 우리측 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렸고, 지난 3일 마지막으로 남은 7명의 우리 인원이 최종 철수하면서 공단은 잠정폐쇄됐다.

남북 당국 간 기싸움 양상이 벌어진 지 불과 30여일만에 2004년 12월 첫 생산품을 생산한 이후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9년간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해온 개성공단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단 가동 중단 경위를 크게 보면 북측은 핵 실험으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반발, 대남 대미 군사도발 위협을 고조시키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성한 개성공단의 문을 닫는 것으로까지 치달은 셈이며, 남측은 북측의 개성공단 사업까지 군사적 긴장을 확대하려는 북측의 무분별한 태도에 반발해 남북협력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최근까지 양측이 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양측 간 책임공방으로 인해 개성공단은 오히려 '자연사'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이다.

이는 개성공단 관련 양측 기관인 통일부와 중앙특구개발총국의 최근 입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총국 대변인은 지난 20일 "개성공업지구를 파탄의 지경에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그 누구에 대해 감히 유감이니, 책임이니, 진정성이니 하는 것이야 말로 사태의 본질을 오도하는 파렴치한 언동이 아닐 수 없다"며 "개성공단 관련 남북 간 협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라는 최근 통일부의 성명을 비난했다.

총국 대변인은 그러면서 남측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에 회의감을 드러내며 "남측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입장부터 명백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다음날인 21일 논평을 내고 즉각 대응했다.

논평은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는 한편 마치 자신들이 공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남북 당국간 실무 회담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한이 모두 상대측이 공단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사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 정상화 논의가 공전하고 있는 또다른 배경에는 개성공단 사태를 활용한 북한의 '남남(南南)갈등' 유발 시도에 우리측이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은 지난 3일 우리측 인원이 개성공단에서 최종 철수하던 당시 구두로 개성공단에 남은 물품 반출을 위한 방북 허용 의사를 포함한 남북 간 협의 의사를 이미 밝혔던 점을 강조하며 남측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공단 입주기업들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팩스를 발송하면서 정부와 입주기업 간 불신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 역시 자신들이 남북 간 협의를 제안한 사실을 말해오지 않다가 어느순간 이를 언급하며 우리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결국 사태책임을 우리측에 씌우려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눈에 뻔히 보이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 논란에서 북측의 지난 3일 남북 간 협의제의 사실을 잠정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우리 정부도 섣불리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는 것이다.

애당초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촉발됐다는 평가와는 별개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간 마지막으로 남은 교류협력사업인 개성공단 사업이 존폐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남측 정부가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북한에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을 빈사상태에 빠뜨린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물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결국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이 '올스톱' 하는 것이고 통일부의 주요업무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방향으로 가다보면 결국 '통일부 존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측면에서 정부가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공단에 남은 각 기업의 물품반출을 위해 243명의 방북을 신청했다. 통일부는 이들 인원의 신변보장을 비롯해 남북 간 끊어진 연락채널 복구 등을 협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이 먼저라며 북한에 회담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하며 '공'을 북측에 다시 넘겼다.

북한이 또다시 우리측 회담을 거부하고, 양측 간 책임공방이 또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개성공단은 자연스럽게 자동폐쇄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