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주 앞인데 한미·한중·미중 정상회담 일정 아직…日 변수에 주목
일본 차기 총리 선출 난항…트럼프 방일·방한 일정도 유동적
美中 정상 '국빈 방문' 전격 성사 여부도 주목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일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빅 이벤트'인 한미·한중·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난항을 겪는 일본의 새 총리 선출 관련 변수가 전체 일정 확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 15일 제기된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계기 방한 자체는 '상수'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각 정상의 방한 일정을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아, 세부 일정을 놓고 여전히 조율 혹은 각국의 '계산'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정상의 방한 및 정상회담 개최는 '각자의 사정'이 맞물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시 주석과 경주 APEC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해 갈등이 재점화되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찾아 일본의 차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29일 방한할 것이 유력했다. 이 일정에 중국이 어떤 수준의 호응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각국 정상의 세션인 올해 APEC 정상회의의 본행사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시 주석이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맞추려면 본행사 일정보다 빨리 방한해야 하는데, 이를 수용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일본의 새 총리 선출 과정이 예상과 달리 혼돈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 자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4일 새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는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는 일본의 관례에 따라 당초 15일 임시국회를 통해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민당의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변수가 생겼다.
총리로 선출되려면 중의원(하원)의 투표에서 과반(1차 투표)을 얻거나, 다수표(2차 투표)를 얻으면 되는데, 현재 자민당의 의석은 중의원 총의석 465석에서 과반(233석)에 못 미치는 196석에 불과하다.
일본 야당의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으로 인해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23석을 가진 공명당의 연정 이탈이 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과 일본 유신회(35석) 국민민주당(27석)과의 연대로 이어진다면 이론적으로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
일본 내에서는 현재 자민당의 의석으로도 2차 투표를 거쳐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당 내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집권 후에도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분위기다.
다카이치 총재 본인도 지난 14일 한 강연회에서 "자민당 총재가 됐지만, 총리는 못 할 수 있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는 불쌍한 다카이치"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날 산케이신문이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분간' 유임하고 다카이치는 분위기가 정돈될 때까지 자민당 총재직만 유지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보도한 것도, 현재 일본 정계의 상황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는 오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7일~29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시바 총리가 유임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면 방일 계획을 전면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일본 방문의 목적 자체가 새 총리와의 유대감 쌓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주요국 중 미국과 가장 호흡이 좋은 일본 방문이 취소된다면 외교적 주목도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 맞춰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보다 격식을 갖춰 진행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 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주말 사이 미중 간 '상당한 소통'이 있었다고 부연하며 현재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APEC에서 '좋은 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면, 한국 방문 형식도 국빈 방문으로 격을 높여 APEC 무대의 주인공이 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당초 기대했던 APEC 계기 북미 접촉 등의 이벤트를 놓칠 공산이 큰 한국의 입장에선 호재다.
일본은 오는 21일 새 총리 선거를 진행한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3당의 간사장은 14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총리 후보 단일화를 위해 15일 당 대표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는 등 활발한 정권 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장 총리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 아시아 순방 일정이 21일 후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APEC의 '빅 이벤트' 성사 여부 및 일정 등이 일본 총리 선거 결과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일단 미중 정상의 방한과 한미·한중 정상회담의 실무 준비에 집중하면서 추이를 살핀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현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서 어느 것도 하나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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