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자동 진급이 '선'인가…軍, '하향 평준화' 피해야

육군 장병들이 훈련하는 모습.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7/뉴스1
육군 장병들이 훈련하는 모습.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7/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방부가 오는 7월부터 병사들의 자동진급 제도를 폐지하려다 보류했다. 이론상 진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병사가 군 생활 내내 일병에만 머무르다 규정에 따라 전역 당일 하루만 병장 계급장을 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병사와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정책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군 복무의 낙이 진급인데, 이게 막히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진급을 하지 못하면 월급도 오르지 않으니 여러모로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선·후임의 계급이 역전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병사와 가족들의 불만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국방부의 문제의식에도 타당함은 있다. 일정 기간만 채우면 누구나 진급하는 구조 속에서 병사들의 훈련 참여도와 체력 관리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어차피 진급하니까"라는 인식이 만연하면서 병사의 능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군대는 본질적으로 전투력이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계급은 '권위'가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상징한다. 그래서 진급은 사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기회지 당연한 것일 수는 없다. 그런데 진급에 '평등'이라는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부여된다면, 성실히 복무하려는 병사의 동기는 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불공정이다.

군은 군 전력 강화 혹은 유지를 위해 '특급전사' 등 우수 병사를 대상으로 한 조기진급 제도도 이미 운용하고 있고, 이를 확대하는 추세다. 어쩌면 진급 심사 강화 방침은 군 전력 강화를 위한 또 다른 조치였을 것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국방부가 생각할 대목이다. 반대를 예상할 수 있는 조치임에도 공론화 과정이나 사회적 설명 절차가 부족했다.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철학적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군 복무를 '책임의 영역'으로 인식할 것인지, 단순한 '의무 복무'로만 치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뒤따른다.

국방부는 이번 보류 결정을 일시적인 후퇴가 아닌, 더 정교한 설계와 설득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준을 낮추는 방식이 아닌, 합리적인 동기를 부여해 강군을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