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여부, 北 비핵화 진정성이 관건
北 복귀 가능성 열었지만 美 등 관련국의 北 의지 판단은 미지수
북한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좌측)이 23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우측)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중국 CCTV 화면캡처 © News1 윤태형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6자회담 복귀의사를 언급함에 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또 한 차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최 총정치국장의 입을 통해 '6자회담 복귀'를 거론한 만큼 일단 오랫동안 공회전해 온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반도 정세의 핵심 사안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는 이번 특사 방문을 통해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미국과 한국 등의 신중한 판단에 따라 6자회담 재개 국면이 순탄하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 자체는 최근 북한의 잇딴 도발로 냉각돼 온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어 보인다. 5년 가까이 공회전하며 사멸할 위기에 놓였던 6자회담 논의를 핵심 당사국인 북한이 먼저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열린 6차회담 수석 회동을 끝으로 지금껏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2005년 9월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이행을 포함하는 내용의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냈고,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복귀해야 하는 6자회담의 '기본 틀'로 인식되고 있다.
이어 2008년 6월 북한이 핵시설 폐기 조치의 일환으로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북핵 문제가 급진전을 보이는 듯 했지만,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입장 번복 및 북한의 핵검증 시료채취 거부 등으로 인해 6자회담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이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4자회담(남·북·미·중)으로 논의틀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6자회담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가 있음을 밝혀 향후 이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가 간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6자회담이 오랜 동면을 깨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해법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어느 정도나 깔고 있는지에 대한 주변국들의 판단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미국과 한국 등의 입장이 견고한 이상 최 총정치국장의 '6자회담' 언급 하나로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까지 '경제-핵무력의 병진'을 새로운 국가 전략 노선으로 채택한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한 6자회담으로의 완전한 복귀를 선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핵보유 의사를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관련국 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북한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월 성명에서 "앞으로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에서도 급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비핵화 논의의 틀인 6자회담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던 북한이 최 총정치국장의 입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언급한 데에는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한으로서는 일단 중국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중 간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북한 입장에서 일단 6자회담 의장국 격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게 급한 일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관계가 악화돼 있는 등 북한 입장에선 현재 상황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6자회담 언급은 중국을 위한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최 총정치국장의 시 주석 예방 소식을 전하며 6자회담이나 시 주석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발언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결국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이 북한의 이번 6자회담 복귀 의사 표명에 깔린 한반도 비핵화 진정성을 어느 정도 수위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 재가동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내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에 대한 양국의 1차적 견해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bin198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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