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 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엄마', '아빠'

생명존중희망재단, 유서 분석 통한 살해 후 자살 특성 연구
"돈 언급, 살해 후 자살에 두드러져…여러 정책 지원 필요"

서울 마포대교에 비상벨이 달려 있다. 2025.9.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유서에서 '엄마, 어머니, 어머님', '아빠, 아버지'와 같이 가족과 관련된 명사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녀, 부모, 배우자 등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망자는 유서에 돈을 언급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생명존중재단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지난 2013~2020년 전체 자살 사망 10만 2538건을 대상으로 자녀, 부모, 배우자 등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망자와 그 외 자살 사망자의 특성을 분석한 '유서 분석을 통한 살해 후 자살의 특성 연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살해 후 자살은 사람이 특정인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행위로 동반자살과 다르다. 살인과 자살이 서로 연결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특히 자녀, 부모, 배우자 또는 애인을 상대로 하는 살해 후 자살은 심각한 사회적 영향을 미치며 근래에는 '간병 살인'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자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에서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 215건,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 3만 7735건 가운데 각각 209건, 418건을 추출해 자연어 처리로 분석했다.

그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는 전체 7015개의 명사 중 '엄마, 어머니, 어머님'이 246회(3.5%)로 가장 많았고 '아빠, 아버지' 149회(2.1%), '돈' 117회(1.7%), '사람' 116회(1.7%)로 뒤를 이었다.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엔 1만3673개의 명사가 확인된 가운데 '엄마, 어머니, 어머님'(522회·3.8%)과 '아빠, 아버지'(414회·3%), '사람'(237회·1.7%), '아들'(220회·1.6%) 순으로 많았다. 본인이 부모를 향하거나, 본인을 부모로 지칭한 표현이 많이 등장한 편이다.

다만 '돈'이라는 명사는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에 한해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는 1.2%(170회)로 비교적 낮았다. 구체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다는 '부채'의 의미, 남은 돈은 이 정도라는 '재산'에 대한 의미, 사후 처리를 부탁하는 수단 등으로 쓰였다고 한다.

아울러 연구진이 총 28개의 감정 카테고리 모델로 유서에 나타난 감정을 분류해 본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에는 '분노', '흥분', '중립'이,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에는 '배려', '사랑', '슬픔' 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살해 후 자살의 주원인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자녀인 경우 30~40대 부모가 경제적 부담, 자녀의 건강 문제를 들었고, 부모를 대상으로 했다면 50대 이상에서 돌봄 부담, 경제적 어려움이 거론됐다.

연구진은 "살해 후 자살은 가족 간의 갈등, 감정적 폭발이 빈번히 언급됐다"면서 "살해 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위한 사회보장의 확대, 가족 내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서비스 확대, 심리 상담의 접근성 확대 등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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