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하리리, "태반 줄기세포로 '장수 혁명' 이끌 것"…역노화 비전 제시

BIX서 기조연설 통해 '줄기세포 고갈'·'노화세포 축적' 지적
"줄기세포 보충·NK세포치료제 활용해 노화 원인 제거"

로버트 하리리 셀룰래리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BIX2025에서 화상을 통해 역노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 10. 15/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태반 유래 세포·재생 치료제 등을 통해 인류 수명과 노화 관련 질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로버트 하리리 셀룰래리티(Celularity)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BIX)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퇴행이 아닌 치료와 개입이 가능한 생물학적 과정으로 규정했다. 노화 핵심 원인과 구체적인 해결책 등 비전을 제시하며 '장수 혁명'의 청사진을 내보였다.

하리리 회장은 먼저 노화가 암, 당뇨병과 같은 대사 이상, 인지 저하, 심혈관 질환 등 우리가 앓는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의 공통 분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분자와 세포 결함이 축적돼 점진적인 신체적, 정신적 능력 저하와 질병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면서 "궁극적인 임상 목표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쇠와 의존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노화의 궤적을 바꿔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기간을 늘리는 '노화 지연'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의학 기술이 집중해야 할 노화의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원인으로는 '줄기세포 고갈'(Stem cell exhaustion)과 '노화세포 축적'(Accumulation of senescent cells)이 제시됐다.

하리리 회장은 "나이가 들면서 조직과 장기의 줄기세포 수는 조직에 따라 최대 1만 배까지 극적으로 감소하며, 그 질 또한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분열을 멈추고 독성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좀비 세포'인 노화세포가 체내에 쌓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노화세포는 조직의 정상적인 재생과 복구 과정을 방해하고, 만성 염증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ASP)을 통해 2차적인 건강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하리리 회장은 '태반'(Placenta)을 제시했다. 그는 25년 전, 태아의 척추 결손을 자궁 내에서 수술한 후 흉터 없이 완벽하게 상처가 아무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통해 태반이 가진 무한한 재생 능력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반에서 유래한 세포들은 높은 수준의 '줄기세포성'(stemness)과 뛰어난 증식 능력,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녀 세포 치료에 완벽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하리리 회장은 셀룰래리티에서 두 가지 핵심 치료 전략을 개발 중이다. 고갈된 줄기세포를 보충하기 위해 태반 유래 다분화능 줄기세포를 전신에 투여해 조직 내 세포의 평균 연령을 낮추고 재생 엔진을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하리리 회장은 동물실험에서 출생 시 채취한 줄기세포를 노년기에 다시 주입하는 것만으로 수명이 약 40%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축적된 노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태반 유래 자연살해(NK)세포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셀룰래리티의 신약 후보물질 'CYNK-001'은 노화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특정 표식을 인지해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파괴한다.

하리리 박사는 "이 두 가지 치료법을 반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운동성(근육량·관절 건강) △인지기능 △면역력 △심미성이라는 '인간 기능의 4대 기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하리리 박사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큰 기대를 표했다.

그는 "한국은 항상 세포 치료와 재생 의학 기술의 '얼리 무버'(early mover)였다"면서 "한국이 장수, 웰니스 산업의 허브가 된다면 내국인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