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조기박리에 급성 간부전 겪은 '초응급 산모' 24일 만에 아기 만났다

응급 제왕절개 시행 남아 출산…재출혈로 심정지까지
이대목동·서울병원 신속 연계…간이식 성공

(왼쪽부터) 조유경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산모와 남편·아기, 홍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이화의료원 제공) 2025.11.18/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분만 전 태반이 먼저 분리되는 초응급 상황인 태반조기박리에 이어 곧바로 급성 간부전까지 겪은 35세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고 간이식 수술도 성공적으로 받아 건강을 찾았다.

18일 이화의료원에 따르면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산모 신 씨는 평소 내원하던 산부인과에서 유도 분만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신 39주 차였던 지난 7월 중순 집에서 갑작스러운 출혈이 있어 산부인과를 찾았고, 평소 임신성 고혈압이 있었던 신 씨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이대목동병원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에게 전원을 의뢰했다.

태반조기박리 증상으로 대량출혈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된 신 씨는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 시행해 무사히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생명이 탄생한 환희의 순간도 잠시, 신 씨는 수술 후 일반 병실에서 재출혈로 심정지를 겪었고 의료진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간신히 소생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 이어가던 중 간부전으로 인한 간성혼수, 간신부전 증상이 동반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위기의 순간, 이화의료원 산하 양 병원의 연계가 빠르게 이뤄졌다. 이대목동병원 심홍진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신 씨의 간이식을 의뢰했다.

이후 신 씨는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전호수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입원 치료를 받았고 5일 후 타병원에서 뇌사 기증자가 발생해 수술할 수 있었다. 이대서울병원 외과 홍근, 이정무 교수 등 의료진은 오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수술을 집도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홍근 장기이식센터장(외과)은 "신 씨는 급성 간부전 환자로 7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위험해, '응급도 1' 환자로 등록했고 마침 간이식 공여자가 나와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신 씨는 수술 후에도 출혈이 지속돼 재수술을 시행했다. 중환자의학과의 집중 치료 끝에 상태가 호전돼 이식 수술 2주 후 일반 병실로 이동하고, 수술 후 24일 만에 아기와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홍 센터장은 "아이와 엄마가 처음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위급한 순간 아이의 생명을 구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과 급성 간부전 산모를 살린 이대서울병원 의료진의 노력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