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10명 중 7명 '근시'…40년 새 6배 늘었다
성인 근시도 증가세…40대 이상 절반 넘게 시력 이상
대한안과학회 "6세 이후 매년 검진 권장…40세부터는 '안저검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시력 이상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과학회(학회) 오는 11월 11일 '눈의 날'을 맞아 40년간 누적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성인 고도근시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시의 조기 진단과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근시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시력 질환이다. 특히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극동아시아 국가의 유병률은 80~90%에 달해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학회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약 50억 명이 근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고도근시 환자만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근시 유병률도 높게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력 이상 판정을 받은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10명 중 7명이 근시라는 의미다.
청소년 시력 이상 유병률도 1985년 8.8%에서 1995년 24.9%, 2005년 46.6%, 2015년 54.7%, 2024년 57%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40년 사이 전체 유병률은 6.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고등학생 시력 이상 비율은 19.9%에서 74.8%로 약 3.8배 상승했다.
성인 근시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 성인의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20년 53%로 15년 새 약 18%포인트 늘었다. 학회는 고도근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학회는 근시가 단순한 굴절 이상이 아닌, 심각한 병적 안질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고도근시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8배 높고, 녹내장 발생 위험은 4.6배, 백내장 발병률은 5.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고도근시는 -6.0디옵터 이상, 초고도근시는 -8.0디옵터 이상으로 분류된다.
고도근시가 빠르게 나타나는 시기는 소아청소년기로 조사됐다.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5~18세 중 -0.50디옵터 이상의 근시는 65.4%, 고도근시는 6.9%였다. 근시는 5세에 15%에서 시작해 13세에는 76%까지 증가했고, 고도근시는 11세 6.8%, 16세 이후에는 20%로 집계됐다.
군 신체검사 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13~2022년 서울지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19세 남성 중 근시 유병률은 70.7%, 고도근시는 20.3%였다.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0.61%, 0.33%로,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근시 유병률이 90.9%, 고도근시는 31.3%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유정권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는 "근시는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잠재적 실명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병적 상태"라며 "반드시 정기적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시는 유전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근거리 작업의 증가, 야외활동 부족, 책상과 눈 거리 간 미준수 등 모두 근시 발병에 영향을 준다.
예방책으로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권장하고, 독서 시에는 눈과 책 사이 거리를 30~35cm, 컴퓨터 화면은 50cm 이상 유지하도록 한다. 한 번에 45분 이상 연속해서 근거리 작업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근시 진행 억제 방법은 정기검진이다. 학회는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은 매년, 성인은 40세 이후부터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안저검사는 망막, 시신경, 맥락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눈 내부 촬영 검사다.
근시 환자에게 비문증(날파리증), 광시증(빛 번쩍임) 등 증상이 함께 나타날 경우 망막박리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근시는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면 막을 수 있다. 시력이 손상된 이후에는 회복이 어려운 만큼,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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