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충전에 1200㎞' 도요타가 하겠다는 꿈의 배터리…판 흔들까
-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이동희 기자
日 도요타,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이르면 2027년 양산 목표 밝혀
뒤처진 전기차 시장 '승부수'…아직은 비싼 가격·경쟁 격화 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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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이르면 2027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기차 전환에서 미국·한국·유럽 등 경쟁 업체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역전'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최근 전고체 전지의 내구성 과제를 극복했다면서 2027~2028년 전기차 탑재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카지마 히로키 도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본 현지 기술 설명회에 참석해 "좋은 재료가 발견됐다. 세계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를 뜻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도요타의 대표적 전기차인 '비지포엑스'(bZ4X)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30분 충전하면 약 600㎞를 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10분 이하 충전으로 약 1200㎞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충전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전기차의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화재·폭발 위험도 거의 없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 비용은 ㎾당 6만~35만엔(약 320만원)으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최대 25배나 비싸다. 이에 따라 실용화 초기 단계에는 고급 모델 등 일부 차종에 한정된 형태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중화를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전기차 시장에서 역전을 이뤄낼지도 초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세계 1위인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에 한발 늦어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선 경쟁력이 강하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만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는 도요타의 '나이테 경영'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내실을 갖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방침이다. 묘목이 나이테를 형성해가며 차근차근 성장해 거목으로 성장하듯 도요타도 꾸준히 성장,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됐다.
이런 나이테 경영이 과연 전기차 시대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도요타는 202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계속 연구개발을 거듭해 내놓은 게 이번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양산 계획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연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도요타의 기후 위기 관련 로비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나아가 더욱 치열해지는 업계 경쟁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일본 닛산자동차는 2028년, 독일 BMW는 2030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dahye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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