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 피해 '1兆' 추정"…못 참겠다는 건설 현장-행동 나선 정부[건폭이 뭐길래]② 

"강성 노조 금품 요구·채용 강요로 국민 피해"…尹 대통령 건설노조 직격
현장 "수주 하면 걱정부터"…국토부 등 범부처 면허 정지·형사처벌 등 대책

[편집자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 (자료사진)  2023.2.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기득권 강성노조가 금품요구, 채용 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폭력과 불법을 보고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단속하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합니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1일 국무회의 발언)

정부가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현장에 뿌리깊은 노조원 채용강요, 노조 전임비와 월례비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토교통부는 면허 정지까지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손 놓고 당했던 건설사와 하청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26일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품 수수나 채용 강요 등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월례비, 노조 전임비, 채용 강요, 출입 방해 등 2070건의 피해가 발생했. 이들 현장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피해액만 1686억원에 이른다. 업체 추정치가 아닌, 계좌 지급내역 등 입증자료를 보유한 피해액 규모다.

계좌에 기록이 남지 않은 비용까지 추산하면 실제 피해액은 조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국토부는 추정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8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 현장에서 법 규정 외로 지급된 돈이 조 단위로 추정되고, 분양가에 전가되면 2000만원 이상 국민 부담으로 지워진다"고 말했다.



한 타워크레인 기사가 1년동안 월례비로만 2억2000만원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월례비로만 월 평균 약 1700만원을 챙긴 셈이다. 월례비는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주는 웃돈 성격의 돈으로, 통상 월 500만원~1000만원을 지급하는 게 관행으로 알려졌다. 거절하면 태업으로 공기가 밀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해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비롯한 건설 노동자들은 노조를 꾸려 조직화했다. 노조는 노조원들의 추가 채용을 요구하고 비(非)노조 고용은 막았다. 전임비, 복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회를 하거나 태업과 파업을 하는 식으로 공사를 지연시켰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약 1년 반동안 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110억원을 넘는다고 추산했다.

현장에서는 우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골조 관련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는 "노조 악행이 이어지다 보니, 원래 원가 100원으로 할 일을 이젠 100원이 들지 200원이 들지 예측도 할 수 없다"며 "사업 수주를 하면 걱정부터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신축 현장의 한 현장소장은 "노조의 불법 행위로 공정이 밀리면, 주말과 공휴일에도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돌관 공사도 수정해야 해서 품질, 안전, 원가 다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강성 노조원들의 불법행위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계 타격뿐만 아니라 소비자로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며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부, 노동부가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와 법무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대책을 내고 채용강요, 금품 강요 등의 행위는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하고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은 환수하기로 했다. 또 사업자 등록 또는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를 정지하는 처분도 내리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방국토관리청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는 멈출 수 없고 노조 보복이 두려워 그동안 신고를 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정부가 강력하게 근절 의지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며 "다만 건설노조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던 문제인 만큼, 이번에 확실히 제도 정비를 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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