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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결산] 잘하던 종목도 휘청…한국,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2018-09-02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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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수영 기초종목 여전히 약세... 전통적 강세 종목은 흔들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개인전 16강전에서 장혜진이 점수를 확인하고 슈팅라인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장혜진은 8강에서 인도네시아 다이난다 코이루니사를 상대로 3-7로 패하며 4강진출에 실패했다. 2018.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 김국영은 100m 결승에서 전체 8명 중 8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잘 안 되니 그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중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 금메달만 가치로 판단하지 않는 풍토가 생긴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저 "도전만으로도 충분해"라고 말하는 것도 선수들의 지난 피눈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위로일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계를 향해 "앞으로는 김국영처럼 아픈 선수들이 더 나올 수도 있어"라고 말하고 있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기 위해 다독여 주는 것은 분명 필요하나 그전에 최선을 다하고도 고개를 숙여야하는 이들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6회 연속 종합순위 2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 금메달 65개 이상을 획득한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그런데 금메달 50개 고지도 도달하지 못했다. 일본(금 73 은 55 동 74)과의 금메달 격차만 20개가 훌쩍 넘는다. 1일 현재 한국의 성적은 금 49 은 57 동 69개다.

한국은 2014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79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금메달 76개를 획득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의 58개 금메달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금메달 숫자만이 아니다. 인천 때 228개, 광저우 때 232개였던 전체 메달이 크게 줄어 200개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복합적인 이유들 속에서 나온 결과다. 일단 메달이 가장 많은 기초종목, 육상과 수영에서의 부진한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육상과 수영에서 딱 1개씩 금메달을 얻는 것에 그쳤다. 육상은 여자 100m 허들 정혜림, 수영은 개인혼영 200m 김서영만이 정상에 섰다. 이 두 종목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2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200M 개인 혼영 결선에서 김서영이 금메달을 차지하고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김서영은 2분 08초 3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8.8.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일본은 수영천재라 불리며 대회 6관왕에 오른 이케에 리카코를 앞세워 경영에서만 무려 19개의 금메달을 쓸어갔다. 일본의 금 19개는 중국과 동일한 숫자였고 은 20개와 동 13개 등 총 52개의 메달을 수영 종목에서만 캐냈다. 한국은 금 1 은 2 동 4개에 그쳤다. 일본은 육상에서도 금 6개 은 2개 동 10개 등 총 18개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금 1개 은 1개 동 3개였다.

과거에도 한국이 육상과 수영 종목에서 눈부신 성과를 낸 적은 없으나 이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장기적인 투자와 육성이 중요한 종목임을 감안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못했던 종목은 발전이 더딘데, 잘했던 종목들은 경쟁국들의 위협을 받아 휘청거렸다.

흉작에 그친 '전통의 메달밭'들이 많다. 8개 전 종목 석권을 자신했던 양궁은 절반인 4개 금메달에 그쳤다. 태권도 겨루기에서는 총 10개 금메달 중 3개만 수확했다. 사실 한국 양궁과 한국 태권도 수준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참가국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됐고 아무래도 '타도 한국' 속에 집중견제를 받은 영향도 적잖다.

40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배드민턴을 비롯, 과거 한국이 강세를 보여 왔던 유도나 레슬링 등이 점점 더 어려운 싸움을 펼치는 것은 상대국과 경쟁 선수가 한국에 대해 그만큼 많은 대비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효자종목' 선수들은 '부담'과도 싸워야한다. 어쩌면 이것이 더 어려운 상대일지 모른다.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KG 결승에서 이화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화준은 우즈베키스탄 니키타 라파로비치에게 18-21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8.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아시안게임 2연패이자 통산 7번째 금메달을 거머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이계청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선수들이나 나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는 속내를 전한 바 있다.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 '이기면 당연, 지면 역적'이라는 분위기에 억눌린 영향이 적잖다는 의미다.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점점 더 줄어들고 굵직한 획을 그었던 박태환이나 진종오 같은 스타들도 이제 은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시계를 맞춰놓고 10여 년 전부터 집중 투자를 진행했으니 격차가 벌어진 것은 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로 보인다. 지금 가장 경계할 것은 "이 악물고 다시 뛰면 만회할 수 있어"라는 자세다. 우리가 5회 연속 일본을 따돌렸듯, 대책 없이 임하면 그 시간만큼 한국이 밀릴 수도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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