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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차로 대로변서 킥보드 탄 자폐아동 구조…엄마는 눈물 펑펑

2분 만에 경찰 출동…구조 후 몸 씻겨 안전하게 가족 인계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2024-04-26 05:00 송고 | 2024-04-26 09:11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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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왕복 10차로 대로변에서 어린애가 킥보드를 타고 있는데요? 바지도 더러워졌어요."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서울 양천구 공수부대 인근 대로변에서 킥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양천경찰서 신월5파출소 소속 석현주 순경(34)은 선배들과 함께 현장으로 곧장 출동했다. 신고 접수 후 2분 만에 A 군을 찾아냈다.

왕복 10차로 길가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간 A 군은 킥보드를 탄 채 위험천만하게 주행하고 있었다. 바지에는 대변을 본 상태였다.

석 순경은 순찰차에서 내려 A 군을 멈춰 세우기 위해 내달렸다. 그러자 A 군도 질세라 석 순경을 피해 더 힘차게 발로 땅을 굴러 도망갔다. 그렇게 킥보드와 두 발의 대결이 150m 가까이 이어진 끝에 석 순경이 아이를 붙잡았다.
"이름이 뭐예요?"
"..."

석 순경이 이름을 물었지만 A 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배시시 웃어 보이기만 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비로소 A 군이 발달 장애의 일종인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관들은 파출소로 A 군을 데리고 온 뒤 가장 먼저 몸 구석구석을 보듬어 씻겨주었다. 더러워진 바지는 벗기고, 휴게실에 있던 담요를 덮어주었다.

이후 다른 경찰관이 실종아동 리스트에서 A 군을 찾았다. 옆 동네 파출소에서 1시간 전 실종신고 된 자폐 아동이었다. A 군이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탓에 조회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실종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10분 만에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A 군의 어머니는 파출소에서 아이를 만나고 난 뒤 그저 고맙다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석 순경은 "아이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품에 돌아온 데서 크게 안도하신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석 순경은 "신고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10분 만에 실종아동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며 "저희 팀이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고 협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많은 경찰분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계신다"며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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