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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사 더 늘린다고 근본문제 해결 안돼"…전 세계 의사에 호소

사직 전공의 이혜주씨, 세계 젊은의사 네트워크 회의서 발표
"파업권 인정 안 돼…정부의 의사면허 정지 예고는 권력 남용"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4-17 11:22 송고 | 2024-04-17 14:51 최종수정
이혜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정책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세계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혜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정책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세계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두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한 사직 전공의가 세계 각국 의사들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의대증원은 의료계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업무 복귀명령, 의사 면허정지 예고 등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인공은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였으나 최근 사직서를 낸 이혜주 씨다. 이씨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진행된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산하 젊은의사 네트워크(Junior Doctors Network, JDN) 회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9월 협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정책이사로 합류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월 6일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 발표 직후 집행부 일원으로 함께 사퇴했다.

영어로 발표한 이씨는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여러분의 연대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의료위기는 수년간의 잘못된 관리와 비효율적 정책에서 직접 비롯됐다. 한국 의료의 지속적인 문제 중 하나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이라면서 "의대증원과 의료비 지불제도 개편 조치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단순히 의사를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건강보험을 시행 중인 한국은 실제 비용의 80%에 불과한 수가를 지급해 병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병원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 효과적인 전공의를 채용해 활용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또 "법적으로 주당 80시간 초과해 일할 수 없지만, 대부분 이를 초과해 근무하고 심지어 100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한다. 전공의가 초과근무를 하면 병원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병원은 근무시간을 축소 조정하도록 하고, 전공의들은 추가 근무에 대한 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한다. 이는 과도한 업무량과 높은 소송 위험 때문에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심장학 등 고위험 의료분야로 (전공의들의) 선택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씨는 "한국에서는 의사의 파업권(단체행동을 할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의사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우리 한국 의사들은 그런 기본적인 권리가 없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우리는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권리를 수행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사직 의사들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불이행 시 의사면허 정지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대전협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강제노동 협약 위반으로 '개입'을 요청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계속 명령을 유지하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사면허를 정지하는 등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면서 "대전협은 정부에 관련 의료법 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수년 동안 정부는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에 대한 우리 요구를 무시해 왔고 대신 해결책으로 단순히 의대증원 확대를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의사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씨는 "모든 의료인의 존엄성을 존중, 유지하는 의료시스템을 위해 여러분이 이해해달라"며 현 상황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함께해 참석자들에게 한국 의료 사태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세계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세계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2024.4.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한편, 세계의사협회 산하 젊은의사 네트워크도 지난 7일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 전공의의 직업적 권리, 근무 조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단체행동에 지지를 표명한다"며 "의대증원이 정부와 의료계 합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오는 18~19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24 세계의사회 제226차 이사회를 즈음해 한국을 찾았고 이날 하루 한자리에 모여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고 결속을 다지는 별도의 회의를 진행 중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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