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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노이즈'만 챙긴 버거킹의 '노이즈 마케팅'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2024-04-08 17:27 송고
버거킹은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4일 대표 햄버거 메뉴인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발표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붙은 ‘와퍼’ 판매 종료 안내문. 2024.4.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버거킹은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4일 대표 햄버거 메뉴인 '와퍼' 판매를 40년 만에 종료한다고 발표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에 붙은 ‘와퍼’ 판매 종료 안내문. 2024.4.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최근 버거킹이 자사의 대표 제품 '와퍼' 출시 40주년을 앞두고 단종한다는 공지를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지는 실제 단종이 아닌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식음료 업계에서는 40주년, 50주년 등 10주년 단위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된다. 올해 하이트진로(000080)가 창립 100주년을 맞았고 쉰살, 환갑을 맞은 회사들은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할 정도다.
그럼에도 한 제품의 출시가 10년 이상 됐다는 것은 어떤 회사든 기념할 만한 일이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 수많은 경쟁 상품이 쏟아지는데도 같은 제품을 한 세대 이상 꾸준히 사랑해 주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고객에 대한 '감사'가 10주년 마케팅 기저에 깔린다.

올해도 다양한 식음료 업체들은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이어갔다. 오리온(271560)은 초코파이 50주년을 기념해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고려해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를 내놨다. 빙그레(005180)는 50주년 제품의 컬래버레이션 '투게더맛 우유'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작은 변화를 준 셈이다. 꾸준한 사랑을 보여준 소비자들에게는 추억을, 제품을 새롭게 접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신규 브랜드에선 사용할 수 없는 헤리티지 마케팅의 기본이다.
이형진 기자 © 뉴스1

반면 버거킹은 8일 와퍼 한국 출시 40주년을 두고 '버거킹 단종'을 내걸었다. 40년간 와퍼를 사랑했던 소비자들에게 예고 없는 '이별'을 던져버린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을 기대했다면 '노이즈'는 확실히 챙겼다. 이날 오전에만 해당 공지를 묻는 지인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배신감은 상당했다. 지인들은 "와퍼가 없으면 버거킹에 갈 이유가 없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매장 관계자 등을 통해 와퍼는 단종이 아닌 '리뉴얼'임이 밝혀졌다. 번과 패티 종류를 바꾼 재출시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에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던져졌다. 일각에서는 와퍼 가격 인상을 앞둔 사전 작업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여러 매체의 비판적 보도, 소비자들의 불만 덕이었을까. 첫 공지에서는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 "굿 바이 와퍼" 등만 적었던 버거킹은 이후 "'40년간 운영해 온 현재 와퍼'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고 공지글을 고쳐 올렸다.

'미래 와퍼'가 어쩌면 40년간 사랑받았던 '현재 와퍼'보다 더 사랑받을 수도 있다. 미래로 가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은 조금 더 커진다. 그럼에도 40년간 이어왔던 헤리티지가 해프닝으로 끝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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