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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님들, 원래 강남 아파트는 '양문석처럼' 사나요? [기자의눈]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4-04-02 06:50 송고 | 2024-04-02 09:39 최종수정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을 대출받아 서초구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인 양 후보의 딸이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건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양 후보의 선거사무소 전경. 2024.3.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을 대출받아 서초구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인 양 후보의 딸이 거액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건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양 후보의 선거사무소 전경. 2024.3.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그동안… 많이들 그렇게 해왔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양문석 대출은 편법인가요, 불법인가요?"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법조인답지 않은 애매한 답변에 다시 한번 묻자 "명백한 불법"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부동산 광풍에 '영끌' 투자가 하나의 재테크 기법으로 여겨지면서, 불법과 편법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30대에 접어든 기자는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결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미래의 아내 그리고 아이와 '살아야 할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못 산다고 포기 말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에 수도권 변두리에서 중심부까지 가격 전수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유치원생이 어려운 수능 문제를 받아 든 것처럼, 제 수준에서 계산이 안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양문석식 아파트 매매법'은 충격이었습니다.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등록해 11억 원의 대출을 받아내고 강남 아파트 구매에 사용한 '그 방법' 말입니다. 머리를 쥐어 싸매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된 기분이었습니다. "많이들 그렇게 한다"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말은 2차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엔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나만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30대가 꼽은 삶의 목표 1위는 '내 집 마련'입니다. 집이 인생의 목표라니, 슬픈 현실이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0대 때는 좋은 대학, 20대 때는 좋은 직장을 위해 달려온 것처럼, 저를 다시 뛰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입시나 취업처럼 우리 사회 전체의 목표가 되는 일은 '공정'이 담보돼야 합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시대의 화두가 공정이란 점에서 그 가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입시와 취업, 부동산까지 성취의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어쩌면 국민들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피해 본 사람이 없으니 사기가 아니다"는 양문석 후보의 주장대로 자녀의 사업자대출을 통한 아파트 매매가 불법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직업을 불문하고 자신의 친인척을 동원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수십억 원의 대출을 일으킬 수 있으니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겠죠. 특히 비(非)사업자들의 꼼수 대출 탓에 은행의 건전성은 악화되고, 사회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업자가 아닌 사람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사업자 대출을 받는 행위는 '사기'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사업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면 '공·사문서 위조'도 적용됩니다. 실제 지난 2020년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해 2000만원의 청년창업대출을 받은 한 20대는 사기·공문서 변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양문석 후보의 대출 사례는 이 청년보다 액수도, 목적도 더 심각합니다.

새마을금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조사해야 합니다.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검사 역량을 가진 금융감독원도 힘을 보태야 합니다. 심판이 반칙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선수들은 달리기를 멈추고 경기장을 빠져나오기도 합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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