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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교수' 꿈꾸다 '기술의 효성' 일궈…조석래 명예회장 별세(종합)

공학도 길 걷다 창업주 부름 받고 1966년 효성 입사…2017년 경영서 물러나
'기술 경영' 철학으로 국내 첫 민간연구소 설립…격식 싫어하고 '대리' 처럼 현장 챙겨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24-03-29 20:54 송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효성그룹 제공)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효성그룹 제공) 

재계 31위 효성그룹의 2세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66년 입사해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50년 넘게 효성을 일구며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키운 주역이다. 전통 공학도 출신답게 '기술 경영'을 앞세워 글로벌 1위 스판덱스뿐 아니라 타이어코드와 탄소섬유 개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창업주 조홍제 명예회장 장남…美· 유학한 공학도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이날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35년 11월 경남 함안에서 조홍제 회장과 하정옥 여사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공대 교수' 꿈을 위해 경기고 재학 중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히비야 고등학교를 거쳐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원에서도 공부한 정통 공학도다. 유학 시절 습득한 영어와 일본어는 회장 시절 글로벌 기업들과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30대에 접어든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기업인으로 변신을 결정, 효성그룹에 입사했다. 당시 동양나이론 건설본부장으로 울산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등 경험을 쌓아갔다.
1970년 효성그룹의 주력사인 동양나이론 대표이사 사장을 필두로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다. 부친 별세 2년 전인 1982년 회장에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2017년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35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다.

일본 유학 시절 조석래 명예회장(왼쪽)과 부친 조홍제 창업주(효성그룹 제공) 

◇ 기술에 대한 집념…도전정신으로 역경 이겨내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 연구소인 '동양나일론 기술연구소'를 세워 한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고인을 재계를 대표하는 '기술 중시' 경영인으로 부르는 이유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 탄생은 조 회장의 철학인 '기술 경영'에서 출발한다. 스판덱스는 신축성을 바탕으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고부가가치 섬유다.

고인은 지속적인 투자와 공급망 확대, 품질 개선,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독자 기술을 앞세워 미국 듀폰의 '라이크라'를 제치고 압도적인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산업 여러 방면에서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등 신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평소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려움을 도전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경영 철학으로 효성그룹을 키웠다. 

고인은 공학도의 꼼꼼함으로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직원들이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는 조 회장을 '조 대리'로 부른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효성그룹 제공)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효성그룹 제공) 

◇ 허례허식 없는 경영인 몸소 실천 

고인은 재계에서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경영인으로 불린다. 격식 차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과거 중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임원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출장 당시엔 자동차를 고집하기보단 전철을 이용했다.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철 이용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철 전 효성물산 전무는 "홍콩 주재원 당시 경비실에서 '미스터 조'라는 분이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내려가 보니 조 명예회장이 가방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 재계 "기술 중시 조석래 명예회장, 효성을 일류 기업으로 키워" 애도

재계는 고민의 기술 중시 철학이 효성을 일류 기업으로 키웠다고 평가하며 애도했다.

대한상의는 "고인은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한국 기간 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며 "민간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국경제의 지평을 넓혔다"고 했다. 경총 역시 "효성그룹은 1970년 경총 창립멤버로 참여했다"며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경제외교에도 헌신했다"고 논평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와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차남 조현문 미국 변호사, 3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특실 1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다음달 2일 오전 8시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선영이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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