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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만에 임명·귀국·사퇴…이종섭 논란에 '외교 결례' 우려도

'방산협력' 등 한-호주관계 자체에는 영향 적을 것으로 예상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2024-03-29 12:16 송고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임명된 지 25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국가를 대표해 외교 교섭을 하는 대사의 임명 과정과 조기 귀국 및 사의 표명 등 모든 과정이 호주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사는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외교부는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대사직에서 물러난 후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는 해당 사건으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라며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의 사의 표명은 지난 4일 임명된 지 25일 만이며, 10일 호주로 출국한 시점을 기준으론 19일만, 호주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하고 공식 업무를 개시한 12일로부터는 17일 만에 이뤄졌다.
이 대사의 전임 김완중 대사는 1년 3개월 만에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으며, 이 대사가 국내에 남게 되면 주호주대사 공백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공관장 인사는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앞서 호주 공영 ABC방송은 이 대사의 부임 직후인 12일 '이종섭 대사, 자국 비리 조사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에서의 체류 일정이) 전부 호주대사로 해야 할 중요한 의무"라고 말하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불과 8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임 시절 K-방산의 호주 수출에 기여한 바 있고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당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을 3차례 갖는 등 호주대사직의 적임자인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부임 직후 귀국 및 사의 표명은 호주 입장에선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호주는 지난해 한국 기업의 24억 달러 규모의 호주 보병 전투차량 사업을 수주하고 한국 기업이 호주 현지에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는 등 최근 방산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이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여는 미국을 제외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이 대사의 사퇴가 한-호주관계 자체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방산협력이 이 대사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호주 역시 이미 이 대사와 관련한 논란을 접하고 어느 정도 사태를 예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당초 일정 기간 한국에 머무르며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회의를 준비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의 표명으로 관련 일정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해 9월에도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등의 논란으로 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기로 하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이 대사의 사표는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의 임명 전날인 지난해 10월 6일 수리됐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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