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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끊겨 생활고에 처한 전공의들…"자포자기 무기력 상태"

자녀 둔 가장에 형편 어려운 사람도 많아…당장 벌이 끊겨 생활고
기저귀·분유 나눔도…"대다수 포기 상태, 더 늦기 전에 해법 내놔야"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24-03-29 05:00 송고 | 2024-03-29 08:16 최종수정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 전날인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2024.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 전날인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2024.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을 넘어서면서 생활고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분유, 기저귀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120명의 전공의가 신청(의협 직접 수령 제외)해 도움을 받았다"며 "후원 신청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사흘 전에도 SNS에 기저귀와 분유를 받아간 전공의들이 남긴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한 전공의는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수입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야 하는데 이렇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남겼다.

또 다른 전공의는 "가장으로서 자금난이 있어 기저귀와 분유를 신청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노고와 선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또한 이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아나가겠다"고 적었다.
실제로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이미 가정을 꾸린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 이탈 후 월급이 끊기면서 당장 먹고살 걱정에 놓여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나이가 적어야 20대 후반이고 보통 30대 초중반이다 보니 가장인 전공의들도 많다"며 "게다가 의사라면 다 잘 사는 줄 알지만 형편이 어려운 전공의도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남편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3년차 레지던트로 근무해왔다는 A 씨는 "남편이 지난달에 그만두고 나서는 완전히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며 "집에 자주 못 들어오고 바쁜 삶을 보냈지만 본인의 꿈을 좇았고 진심을 다해 환자를 돌봤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 상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모아둔 돈으로 살고는 있지만 아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사태가 지속될지도 모르겠고 남편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일을 해야 할지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애가 끓는다"고 토로했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했던 B 씨는 "정부가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돌아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이젠 정말 돌아가고 싶은 맘도 사라졌다"며 "한 거라곤 공부와 병원에서 환자 보는 것밖에 없이 살았는데 앞으로 무얼 하고 살지 막막하지만 인생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을 꾸린 전공의들만 걱정이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전공의들과 소통하고 있는 한 사직 전공의는 "이젠 전공의들이 모여 사직과 관련된 주제를 꺼내지 않을 정도로 이번 사태를 다 포기하고 무관심인 지경에 이르렀다"며 "모두 앞으로 무얼 하고 살 것인가, 지금 비어있는 주머니는 어떻게 채울까 등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몰아세우면서 전공의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고, 시간이 갈수록 회생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라며 "이미 늦은 것 같지만 하루빨리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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