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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병원 떠난 소아과 전공의들 "우리가 낙수과? 자긍심 잃어"

"월 100만원 보조금, 일시적 수가인상은 땜질 처방"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3-28 14:20 송고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의대증원 발표에 실망해 병원을 떠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의대증원 재검토와 필수 진료과별 특성에 맞는 정책과 보상을 강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18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다 사직한 이들은 28일 호소문을 내고 "(우리는) 전국에 150명 남짓 남아있었던 사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5년전 전체 840명이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던 소아청소년과가 지금은 2000명 정도는 증원해야 충원 가능하리라 생각되는 낙수과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10년 이상 임상경력을 가진 전문의들도 낮은 수가로 진료를 포기하고 상급병원은 적자라는 이유로 전문의 고용을 늘리지 않는 현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의료소송과 신고에 폐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눈맞춤, 미소와 성장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보람 등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 수련도 버텨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소아과 오픈런 사태는 원가보다 낮은 수가와 환자 수 감소로 이미 예견됐다"며 "낙수과라는 오명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를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 방침이라고 지목했다.

또 "2000명 중 일부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돼도 이후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미없는 정책"이라며 "숙련된 전문의 유입을 시도하는 게 더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 하에서 일할 것을 강요하나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소아청소년과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고 대한민국 의료에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사직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월 100만원 보조금, 일시적인 수가인상 등 검증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2000명의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조속히 실시해 더 이상의 의료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발성 정책이 아닌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붕괴를 앞둔 필수의료 과들의 특수성에 걸맞은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호소문에는 강북삼성·건양대·고려대구로·대구파티마·부산대·분당제생·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순천향대천안·아주대·양산부산대·울산대·원주세브란스기독·이대목동·전남대·전북대·한림대성심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받던 전공의들이 참여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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