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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번아웃', 병원은 '경영난'…병원 노동자 "급여 못 받을까 걱정"

의대 교수들, 주 52시간 진료…"중증·응급환자 안전진료 목적"
매일 십수억 손해, 마통 만든 병원들…"병원 존립 위기"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3-28 05:00 송고 | 2024-03-28 09:36 최종수정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 아래 군복과 군화 차림의 군의관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 아래 군복과 군화 차림의 군의관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6주째 접어들면서 의료현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수들은 주당 평균 90시간이 넘는 과중한 업무로 번아웃이 왔고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은 경영난에 빠져 의사 외 인력은 무급휴가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교수들은 전공의가 떠난 뒤로 외래 진료에 입원환자 관리·중환자실 전담 등 당직 업무도 도맡고 있다. 피로도가 높아져 환자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고 토로한다. 정신적 충격도 큰 상태로 진료 도중 우울증이 느껴지는 사례도 있다는 게 의대 교수들 설명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26일 낸 성명에서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지쳐가고 있다. 전문의 개인의 안위나 복지 문제가 아니라 응급진료 기능의 와해를 의미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한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뉴스1에 현재 관두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며 전공의가 빠져나간 지 한 달이 돼 다들 지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제는 빠질 사람이 빠지면 남은 이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병원도 급히 전문의를 채용하려고 해도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부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전공의 수련병원장들에게 "의료진의 응급환자 및 중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위해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인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진료업무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을 교수 등 남은 의료진이 감당하느라 병원 운영은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빅5 등 대형 병원들은 하루 10억원 넘는 적자에 허덕이며 병동 통폐합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더욱이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 늘려 1000억 원 규모로 키우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대병원도 지난 26일 600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안전과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 운영체제를 가동한 바 있다. 병상과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해 진료과와 동일 질환군 중심으로 병동 일부를 통합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다. 세브란스병원도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폐쇄된 병동 대부분은 외과 계열로, 수술 건수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병원들은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강북삼성병원은 중환자실을 담당할 의사가 부족해져 응급의학과 교수진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응급실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 수준은 아니다. 경증 환자 진료는 1,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중증 환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병원들은 병동 통폐합뿐만 아니라 인력 재배치로 대응 중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 직원을 상대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경영 어려움에 애꿎은 일반직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신규 간호사의 발령이 무기한 미뤄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고 직원들을 상대로 한 명예퇴직 논의가 이뤄지는 데다 조만간 월급 지급이 어려울 거란 소문마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은 이날 전공의 복귀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만류하는 성명을 내며 병원 노동자들이 병동 폐쇄와 무급휴가, 신규 인력 채용 최소화·발령 유예, 명예퇴직을 논의 중인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노동자들의 현실은 언론보도보다 훨씬 열악하다. 병상 가동률 저하로 손해를 보게 된 병원들은 타 산업 구조조정 방불케 하는 허리띠 졸라매기 중"이라면서 "급여 지급도 어려울 거란 비관적 전망도 관측된다. 의사들과 병원 노동자들의 일터가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의료노련은 "현장 복귀 후 의정 간 대화의 장을 만들자"며 "의료 현장과 돌봐야 할 환자 곁에 돌아오기를 강권한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면서까지 얻어낼 실익이 있을지 고심해 보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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