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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입금하면 할인" 진료비 빼돌린 치과 실장, 부당 해고 '적반하장'

[사건의재구성]본인 통장으로 입금 유도 2년10개월간 1억2500만원 횡령
명예훼손·공갈로 원장 부부 고소…法, 징역 1년 6개월 실형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4-03-22 05:15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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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하시면 할인해 드려요."
서울 송파구의 한 치과에서 진료 접수와 수납을 담당하는 실장 A 씨(44·여)의 말에 환자는 스스럼없이 진료비 30만 원을 A 씨가 내민 계좌번호로 입금했다. 하지만 계좌번호의 주인은 치과가 아니라 A 씨였다.

치과에서 일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A 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린 아들이 있었고, 빚 1억2000만 원 때문에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가량 진료비가 오가는 것을 본 A 씨는 궁리 끝에 돈을 빼돌릴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진료비 할인을 내세워 환자들의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현금이 아니면 본인 계좌로 돈을 받고 수납 장부에는 진료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적었다.

여의찮을 때는 본인 개인 카드로 결제한 뒤 몰래 승인을 취소했다. 장부에는 카드 결제로 기재하고 영수증을 첨부했다.
A 씨의 범행은 2018년 10월 23일부터 2021년 7월 28일까지 무려 2년 10개월이나 이어졌다. 총 143회에 걸쳐 A 씨가 횡령한 돈은 총 1억2544만 7000원에 달했다. A 씨는 이 돈을 서울 모처에서 임의로 소비하는 등 생활비로 유용했다.

치과 원장은 뒤늦게 문제를 알아차렸다. 원장은 A 씨를 해고하고 횡령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다. A 씨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치과 원장에게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하고, 원장 부부를 명예훼손과 공갈로 고소했다.

A 씨가 과거 사기죄로 벌금형을 두 차례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A 씨는 초등학생 아들을 양육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뉘우치는 정상을 찾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경제적 손해뿐 아니라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피해자에게 횡령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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