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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해 점수 높은 건 당연"…"원하는 과 다른데 같이 경쟁?"

[통합수능, 이대로 괜찮나②] 첫 통합수능 치른 22학번 생각 들어보니
이과 "양·난이도부터 격차…차이 불가피" 문과 "진로 따른 선택 무색"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07-15 05:30 송고
편집자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도 안착은 난망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과생이 인문계열 학과를 쓸어가면서 문과생들이 밀려났지만, 대학은 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전히 문과와 이과의 선택과목은 암묵적으로 나뉘고 있다. 제도 손질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수험생들의 혼란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뉴스1>은 수험생과 고등학교, 대학 등 다각도로 통합수능의 문제를 조명해보려 한다.
한 대학 도서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한 대학 도서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는 '선택과목별 유불리'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단순 실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점수 차이 이외에도 선택한 과목 응시집단의 원점수가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최종 표준점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통합수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는 그 '유불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뉴스1은 15일 통합수능을 치르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22학번 학생 5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문·이과를 불문하고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경기지역 대학 간호학과에 다니는 이과생 이모씨는 과목 간 유불리 때문에 수험생활 도중 국어영역 선택과목을 바꿨다.

이씨는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서 전과목 성적이 좋게 나왔는데, 상위권에서는 표준점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은 성적이어도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언어와매체로 급하게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문과생 함모씨도 표준점수 때문에 언어와매체로 선택과목을 변경할까 고민했다. 다만 신경 써야 할 다른 과목이 많아 선택과목을 바꾸지는 않았다.

학습량과 난이도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수학영역의 경우에는 유불리를 바라보는 문·이과 인식 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과생들은 점수 조정체계가 수학을 잘하는 이과에 유리한 건 맞지만 단순 표준점수 차 때문에 문과가 불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미적분의 학습량이 많고 어려운 데다 문과생과 수학 실력 차가 발생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내신 때문에 확률과통계를 공부한 적 있는데 공부 양, 난이도 면에서 미적분이 압도적으로 더 많고, 어려웠다"며 "어렵고 난도가 높은 과목에 점수를 더 많이 주는 건 오히려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하게 이뤄져야 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우수한 학생이 이과로 몰린 영향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화공신소재환경공학부 양모씨는 "미적분이 점수 받기에 유리하다고는 들어봤다"며 "그러나 최근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이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이과가 우위를 잡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같은 이과생인 김모씨 역시 "조정점수를 떠나 애초에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수험생들의 평균 점수가 낮게 형성되는 걸 보면 그런 데서 어쩔 수 없이 격차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는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논리와도 맞닿는다.

지난 3월 '2023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 발표 당시 이규민 평가원장은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특별히 집단적으로 문과에 불리하고 이과에 유리하다고 해석하는 건 적합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과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문계열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난도 높은 과목을 택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유불리가 발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함씨는 "원하는 과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수학을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이과는 이과끼리 경쟁하고 문과는 문과끼리 경쟁해야 맞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학생 진로·선호에 따른 선택을 존중한다는 통합수능의 취지도 무색해졌다고 봤다. 함씨는 "학생들이 자신 있고 흥미로워 하는 선택과목을 선택해도 수능 점수 체계에서 불리한 '불공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의 선호, 진로에 의한 선택권은 이미 날아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문과생 이모씨도 "수학 공통과목 문제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중위권 문과 학생들은 공부도 어렵고 표준점수에서도 불리하다"며 "상황이 이러니 통합수능의 본래 취지가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라는 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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