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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전과 빠져나가면 인문계 학과는 '텅'…대학도 마음 졸인다

[통합수능, 이대로 괜찮나①] 만족 못한 이과생…과반 '반수 고려'
대학·인문계열 학과 '유지충원율' 고심…학교 적응 '추적분석'도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07-14 06:30 송고
편집자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도 안착은 난망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과생이 인문계열 학과를 쓸어가면서 문과생들이 밀려났지만, 대학은 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문·이과를 통합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여전히 문과와 이과의 선택과목은 암묵적으로 나뉘고 있다. 제도 손질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수험생들의 혼란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뉴스1>은 수험생과 고등학교, 대학 등 다각도로 통합수능의 문제를 조명해보려 한다.
한 재수종합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 재수종합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수도권 한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20)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지망하던 학교의 공대에 들어갈 성적이 안 됐던 김씨는 같은 학교 경영학과 정시모집에 지원해 합격했다. 적성에 맞기만 하면 대학을 계속 다닐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경영학 이론, 발표 위주 수업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김씨는 중간고사를 마친 후 반수 공부를 시작했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인문계열 학과로 대거 유입된 '이과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만족하지 못한' 이과생들의 학과·학교 이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학들도 긴장하고 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이과생 상당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서 표준점수상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점을 활용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 합격했다.

문제는 이들이 주로 인문계열 학과에 대한 흥미보다는 '대학 간판'을 보고 진학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입시업체 유웨이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지원한 이과 수험생 4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차 지원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7%는 '대학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 학기를 지내면서 새로 선택한 학과에 적응하지 못한 이과생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이공계열 학과로의 반수와 전과, 편입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웨이 설문조사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반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반수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7.5%, '추후 상황에 따라 재도전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8.4%였다.

상황이 이런 만큼 2023학년도 대입에 뛰어들 반수생 규모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9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는 재수생 등 N수생 증가가 이미 확인됐다. 6월 모의평가 지원자 가운데 졸업생 비율은 16.1%로 2011학년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2020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의 14.5%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9월 모의평가부터 본격 가세하는 반수생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6월 모의평가로 확인된 졸업생 증가분에 반수생까지 더해질 경우 N수생 규모가 '역대급'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대학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대학들은 반수·전과 등으로 인문계열 학과에 결원이 생길 경우 학과 유지충원율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빠져나갈 경우 남은 학과의 분위기 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학과 결원을 편입생으로 채울 수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른바 '대학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등에서 조건을 충족해야 일정 수준의 인원을 모집할 수 있다. 이외에는 결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교차지원한 학생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추적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1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수생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대학들로서는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경희대 입학처장인 송주빈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2년간 대학 중도탈락률이 증가해왔다"며 "올해도 그런 추세가 진행되지 않을까 예측은 하지만 그것이 통합수능 때문인지 등은 중도탈락률이 명확하게 데이터로 나온 다음에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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